비주얼핵깡패네지짜...어떡하냐...나 취업은해야지 얘들아...(눈물)








"너는 판타지같은 거 믿겠네?"

아니. 그런건 철저하게 안 믿는 주의라서. 그 말에 권순영은 충격적인 통보라도 들었다는 듯이 표정이 경악에 가득 차 있었다. 책 좋아한다고 판타지를 믿는 건 아니야. 원우의 말에 또 설득당했다는 듯한 표정이란. 정말 바보인거야 순수한거야? 책 등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이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어서 원우가 오히려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도서관에 살듯 하는 원우를 따라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판타지를 믿냐는 거였다니. 아침부터 등교하자마자 자기한테 정말 중요하게 물어볼 게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김 다 빠졌다. 도서관 책장을 하나 사이에 두고 순영은 원우를 끈질기게도 쫓아왔다. 원우는 부러 그의 얼굴이 보이는 책장에 아무 책이나 쑥 집어넣어서 얼굴을 보이지 않게 했다. 순서대로 놓지않아 사서가 꽤나 애먹겠다는 생각에 조금 미안했지만 더는 순영의 맥빠지는 질문에 답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원우는 도서관에서 한참을 있을 생각으로 책 두권을 더 골라서 한산한 자리에 앉았다. 곧 순영이 원우에게서 흥미를 잃겠지, 하고 무시하려니까 순영도 자기 입맛에 얼추 맞겠지 하는 책을 여러 권 가져와서 그 옆에 앉았다. 그 사이에는 맥루한의 책도 끼어있었다. 다 읽을 수는 있냐. 외진 곳에 단 하나 있는 클럽에서 몸이나 흔들거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더니 오늘은 자기를 괴롭히려고 하나보다. 무시하자. 무시하자. 원우는 애써 순영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았다.

"저...기, 원우야."
"..."
"원우야아아..."
"..."
"원우야!"
"왜."

기어코 대답을 하게 만든다. 한숨을 쉬며 책을 덮은 원우가 입을 꾸욱 물고 신경질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반응에 순영은 한 번 움찔, 하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의 생각대로 순화한듯 했다. 학교에서 우리 둘만 한국인이구...그러니까 같이 좀 다니자구...응? 그의 애원 섞인 말에 원우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지금까지 다른애들이랑 잘 지내다가 왜 갑자기 늘 혼자였던 자신에게 붙어서 이러는지, 혹시 다른애들이랑 싸운건가? 그렇지만 분명 오늘 오전에 다른 클래스 애들포함 늘 함께다니는 로스터와도 인사를 나눈걸 봤는데 괜히 순영이 자신을 찔러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향수병이 이상한 쪽으로 도져서 그랬다던가. 가설은 많았지만 원우는 어는 방향으로든 자신의 영역에 순영을 끼워줄 생각은 없었다. 그냥 혼자가 마음이 편했다.

계속 옆에서 축 쳐진 눈을 하고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뭘 어쩌라고 저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자길 좀 내버려뒀으면 하는 아우라가 보이지도 않는 걸까, 하긴 그런걸 알았다면 애초부터 원우를 없는 사람 취급했겠지. 책을 덮었다. 굳이 도서관이 아니라도 집에서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니까 빨리 이 어색한 분위기를 피하고 싶었다. 순영도 몇 번 원우를 부르다가 포기하고 가는가 싶었다.

"절대 내일 학교 나오지 마."
"...뭐?"
"학교 오지 말라고."

순간 잘못들은건가 싶었다.

"원우야...난 이것밖에 못 해."

표정이 어딘가 불안했다. 눈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진 사람처럼 계속 몸을 움직였다. 게다가 어색한 한국어로 어딘가 잘못됐다는 투의 말에 반사적으로 원우의 몸이 전부 순영에게로 돌려졌다. 무슨 뜻이야? 그의 물음에 순영이 주먹을 쥐었다.

"로스터가 내일 하교한 후에 집단 린치를 하고 널 강간하겠대. 절대 나오지 마. 알겠지?"
"너는 왜 그걸 나한테 알려주는데?"
"그걸 궁금해할게 아니잖아 지금..."

순영은 단순했다. 원우가 하루만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후에 어떻게든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내일만은 절대 집 밖으로도 나오지 말라며 부탁을 했다. 원우는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오로지 순영과 자신의 사이가 뭐라도 되냐고 묻기만 할 뿐 자신이 남자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지 않았다. 넌 이런 말 듣고도 아무렇지 않아하는구나, 하고 순영이 체념했다.

"알아서 할게."
"그 덩치 큰 애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럼 아예 학교를 안나오는 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경찰이든 뭐든 부를테니까 걱정하지 마."
"정원우..."

갈게. 원우의 말에 순영이 허탈하게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아할 수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한치 흐트러짐도 없이 저 멀리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순영은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금발머리를 이리저리 잡아당겼다. 어떡하지.










-










"로안는 아무 상관없으니까 보내주고 날 상대하는게 어때?"
"왜 내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니가 날 감당할 수나 있나 해서 말이지. 그 크기로는 한 번에 끝날 것 같은데."

원우의 말에 로스터가 화가 났는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볼을 있는힘껏 갈겼다. 손바닥으로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덩치가 커서 그런지 입안 전체가 터져서 입을 제대로 열 수가 없었다. 금방 왼쪽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손발을 포박당하고 있음에도 원우는 눈하나 깜짝 안하고 로스터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순영은 질겁해서 원우를 보며 울고 있다. 그 울음소리만 크게 들려서 원우가 신경질 난다는 듯 순영을 향해 소리쳤다. 야, 울지말고 빠져나갈 생각부터 해. 알겠어? 원우의 말에 한국어라 알아듣지 못한 로스터는 그의 얼굴을 한 차례 더 갈겼다. 고개도 제대로 들지도 못하는 원우를 내려다보며 그는 둘을 비웃었다. 좆같은 김치 냄새 때문에 봐줄 수가 없네. 그의 말에 순영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니까...좆같은 코리안은 하나로...족하단 말이지..."

아직도 정신 못차렸냐는 물음에 원우가 웃었다. 좆같은 양키새끼들. 기어코 그 성질을 못 이기고 로스터에게 한 마디 했다. 그 이후는 처참할 정도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자신을 보호하다가 그것도 마땅치가 않자 아예 몸에 힘을 빼버리는 그를 보던 순영은 소리도 못 내고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빌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원우에게 말했단 이유로 대신해서 집단 린치를 당할 사람은 자기였는데 제 발로 찾아온 원우는 부러 자신에게 관심을 쏠리게 해서 어떻게든 순영을 빠져나가게 할 심산이었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이미 온 몸 가득 멍 투성이인 원우 때문에 순영은 제 팔을 잘라서라도 빠져나가야만 했다. 이미 묶여서 여기저기 다 까진 손목을 비틀다 그것도 마땅치가 않자 온 몸을 흔들면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발길질 사이에서도 절대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리 감흥없다고 할지라도 본인역시 남자를 억지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욕부터 튀어나왔다. 단 한번도 그런 경우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순영이 끌려나가는 걸 보자마자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쫓아나갈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놈들은 순영을 친구로 생각한 것도 아니게 되었으니 뭐 이거면 끝난건가. 친구에게도 배신당하고 거기다 놈들에게 당하기까지하면 제게 알려준게 전부 헛수고가 되는 것 같아서라고 합리화 했다.

한참을 때리던 로스터와 닉이 숨이차서 나가떨어지자 숨통이 트이는 듯 콜록거리는 원우의 머리 아래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온 몸이 욱신거리는 건 둘째 치고 명치를 맞아서 숨을 쉬기보다는 토가 올라왔다. 이게 지금 피를 뱉는건가, 아니면 토를 하는건가 알 수가 없어서 눈도 못 뜨고 숨만 고른다. 눈가가 따끔거리면서 온 몸이 타오를 듯 힘들었다.

"좋은 게 생각났거든?"
"..."
"헤이슨보다는 로안이 더 먹을만 하겠어. 저새끼는 피를 흘려서 안을맛이 안 나."

엉엉 울던 순영이 눈물을 멈추고 눈이 커졌다. 자신에게 다가온 로스터가 웃옷을 벗더니 순영의 입에 그 옷을 우겨넣었다. 입가가 찢어지며 소리를 지를 수도 없어진 그가 미친듯이 발버둥치며 살려달라 소리쳤다. 하지마!!! 원우가 힘겹게 소리치자 로스터가 가소롭다는 듯 웃더니 허리띠를 풀렀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고!!!!"
"그 팔로 날 죽인다고?"
"이 개새끼야!!!!"

순영의 티셔츠가 올라감과 동시에 원우가 바닥을 기어 그에게로 향했다. 머리에는 피칠갑을 하고 기어다니는 모습이 흡사 괴물같았지만 순영은 원우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지마. 그의 눈빛에 원우는 더 발버둥치며 로스터를 찢어죽일듯이 향했지만 닉이 원우의 손을 발로 짓밟았다. 까드드득, 어찌나 세게 밟는지 짓이기는 소리가 생생했다.

"너희 둘 원래 붙어먹는 사이였냐?"
"...아으으윽!!!"
"봐줄만 하네. 그렇게라도 뭉쳐야지 안그래?"

로스터가 순영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가 허리를 꿈지럭거리더니 거대한 성기를 끄덕이며 한참을 흥미롭게 순영을 내려다봤다. 부들부들 떨면서 숨이 넘어가라 우는 걸 보니 가학성이 더 치밀어오른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성기를 쓰다듬더니 숨을 가다듬었다.

"으그..으...으...!!"

순영의 울부짖음에도 그는 자비가 없다는 듯 급하게 그의 바지를 풀러내려 했다. 발버둥치면 그대로 원우처럼 입안이 전부 터지도록 흠씬 두들겨맞는다는 것을 눈으로 봐서 그런지 벌벌 떨기만 할 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멀리서 봐도 사람이 떨고 있다는 걸 알아챌 만큼 온 몸을 떨던 순영의 발목을 잡아챈 로스터가 한껏 웃었다.

원우가 눈을 꾸욱 감았다. 맘같아서는 양쪽 귀도 막고 싶었다.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하려다가 오히려 본인이 당하는 로안을 본인의 눈 귀로 담아낼 수가 없이 죄책감이 밀려왔다. 순영이 고개를 가로저어 제 입에 넣어진 옷을 빼내려고 할 때마다 로스터가 그의 입이 찢어져라 옷을 더 집어넣었다. 입가에는 피가 고여있고 바지가 거의 벗겨져서 발목에 걸쳐졌다. 수치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로스터의 친구들이 즐겁다는 듯 웃어댔다. 둘만 빼고 오로지 장난감이라 듯한 그들의 표정에 원우가 밟힌 손을 빼려고 미친듯이 몸을 뒤틀었다. 손을 더 이상 못쓰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해!!!!!"
"으으!!!으으..."

마지노선까지 다다른 순영이 눈을 뒤집고 정신을 잃으려고 했다. 할 맛이 안 난다며 순영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다가 정신을 아예 잃어버린 그를 확인하자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시작도 안 했는데 이러기야? 차라리 원우는 그가 정신을 잃어서 로스터가 흥미를 잃게 만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발, 재미없게."
"..."
"누구야?"
"..."

로스터가 창고 문 앞에서 누군가를 향해 물었다. 뒤돌아 있던 원우는 로스터의 시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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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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