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콩

원나잇에 HOOK




잘나가던 게이킹 이홍빈님이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와 짝짝짝. 옆에서 귤까고 있던 정택운 옆에서 먹여주는 걸 하나하나 얌얌 받아먹던 차학연이 했던 말이었다. 존나 얼굴 후려치고 싶었지만 애써 참고 있었는데 오늘 꼭 가면 우이콩이 와써? 하는 그 면상에 진짜 죽빵을 후려쳐주고 말테다. 라고 생각했다. 교생실습 나갔을 때 여학생들이 보라는 칠판은 안 보고 자기 얼굴만 봤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을 정도로 남들에게 무관심한 이홍빈은 오늘 아침 첫 출근에서 아주 거대한 라이트 훅을 후려맞았다. 그것도 학생한테.






[혁콩] 원나잇에 HOOK!







"어...출산휴가가신 영어선생님을 대신해서 온 이홍빈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 반 임시담임선생님이고..."

확실히 나는 진짜 딱 한번만 가고 다시는 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딴 병신같은 상황이 올 수가 있지? 벌벌떨리는 손으로 삐뚤삐뚤하게 자기 이름을 써 넣은 홍빈이 훅, 한숨을 쉬며 다시 참새처럼 눈을 댕그랗게 뜨고 있는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1분단 맨 뒤에서 두번째 줄에 앉은 학생 하나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본 걸 애써 모른 척 하며 원래 연습해온 대로 차근차근 자기소개를 끝마친 홍빈이 일단 오늘은 첫날이니 가볍게 레크레이션 시간을 갖자는 개소리를 짓거렸다. 사실 그런 걸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임시라고 존나 무시할까봐 봐주지않고 전 담임선생님이 일러준 진도를 바로 스파르타로 나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첫날부터 존나 빡빡하게 지랄이냐는 소리가 차라리 나았지 싶어서 내가 수업까지 다 준비해놨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옆집 청년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키도 크고, 정말 잘생겼는데...한 가지 흠이 있어. 그건 바로 게이라는거지.의 주인공이 바로 이홍빈이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처럼 평범한 집안에서 미친듯이 잘 생긴 홍빈이 태어나고 집은 경사가 났다. 아니, 공부 잘 하고, 키도 큰데 거기다 얼굴까지 잘 생겼다고? 워매. 하며 주위 아주머니의 핫 이슈였던 그 이홍빈은 그러나 난데없는 커밍아웃을 하고 게이바를 출입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방년 나이가 스물 둘이었다. 그 이후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을 합격 했지만 그 동안 대기자 순번이 어찌나 길었는지 학원가를 전전하며 다니기도 질려 이제는 다른 일을 찾아볼까 하는 찰나에 갑자기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이게 왠 떡이냐! 하며 하겠다고 무한땡큐를 날렸더랬다.

그리고 바로 클럽용 옷을 주워입기 시작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게이바 죽돌이 신세를 청산하고 나도 어엿한 직장인이라며 나이먹어 아픈 허리를 붙잡고 무조건 차를 타고 달렸다. 기름값 무서워서 몰지도 못 했던 차를 몇 개월만에 몰아보는 그 느낌은 아주 존나 신났다.그러나 그게 전쟁의 시작이었을 줄은. 자기는 노말에 게이가 싫은데 돈이 없어서 알바를 시작했다는 이재환이 자기짝을 만나 게이로 입성했다는 그 전설의 물 좋은 게이바를 들어간 홍빈은 연륜이 묻어나는 동작으로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자리를 몰색했다.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훑어 보는것을 느끼며 마성의 게이킹 이홍빈이 드디어 다시 귀환하셨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평소에 잘 웃지도 않으면서 이쁜 보조개를 양 사이드에 있는 남정내들에게 발사하며 방긋방긋 웃었다.형, 여기 다시는 안 온다더니 왜 왔어요?이제 여기 오고싶어도 못 오니까.

게이탈출?아니, 나 취직.사실 계약직이긴 했지만 그게 어디냐고. 얼굴 잘생기고, 키 크고, 공부 잘 했던 아들이 밥만 축 내고 용돈이 없어 라면 한 박스만 집에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내는 그냥 백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어머니가 얼싸안고 강강술래를 뛰어도 모자를 그런 경사였다. 중간 홀에는 우락부락한 남정네들과 잘생긴 모델들이 엉켜 춤을 추고 있었고, 몇몇은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근데 딱히 홍빈의 취향은 없었다. 예전에 한 번 있었으나, 그는 홍빈에게 관심따위는 전혀 주지 않았고 지금은 동남아 사람도 아닌데 되게 까만 친한 형이랑 붙어 다니는 걸 보고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었다. 딱히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 왜 자기눈에 맞는 사람도 없지? 하는 홍빈의 푸념에 글라스를 닦고 있었던 이재환이 콧방귀를 뀌었다. 형. 형이 눈이 높은게 아니라구요? 지금까지 형이 눈독들인 사람들이 지금 연예인하고 있어요 이 형님아.

홍빈은 애써 모른 척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솔직히 나는 이런 눈높이 가져도 상관 없잖아? 그렇지? 하며 오늘 마지막으로 함께 밤을 즐길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딱히 반박을 할 수 없는 재환은 한숨을 쉬며 주방쪽으로 들어갔고, 홍빈은 사람들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랑 나갈래?중간에 헬스트레이너 할 것 같이 생긴 남자가 유혹하긴 했지만, 홍빈은 사실 여리여리하게 잘 빠진 사람을 선호했다. 예를 들면 허벅지를 잡았을 때 딱 그립감이 좋은? 그런 사람을. 한참을 몰색한 끝에 구석에서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놀고 있는 나이 어린놈을 발견했다. 얼굴은 되게 귀여웠다. 키는 자신보다 컸지만, 이 정도면 잠자리 할 때 꽤나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남자가 자신의 것을 잡고 핥는 상상을 하며 그의 앞에 다가선 홍빈이 방긋방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나 너 괜찮은데, 나랑 나갈래?

"선생님! 애인 있어요?"
"없...어."
"그럼 선생님 나이차이 되게 많이 나는 애인 괜찮아요?"

여학생이 장난스럽게 말 하자 그 주위에 있던 여학생들이 어우 야, 하며 부끄러워 한다. 그 옆에 있는 남학생들은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벌써부터 이홍빈을 싫어하는 무리가 생긴 듯 했다. 딱히 학생들이 뭐라고 하던말던 상관은 없는데, 홍빈은 교단에 서 있는 자신이 발가벗겨진 기분이라서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 공식 직장생활인데 이게 뭐야.

"선생님, 어제 뭐 했어요?"
"어?"
"어제 뭐 했냐구요."

홍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의 근원지를 찾았다. 씨익 개구지게 웃으며 턱을 괴고 있는 놈 난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홍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차마 게이바에서 만난 너랑 섹스했다는 대답은 못 하겠다 이 개새끼야. 아, 그냥 가족들이랑 있었지. 웃으며 얼버무리자 놈은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가족들이랑 계셨구나! 참 가정적인 선생님이시네요!





















"헐. 너 철컹철컹."
"진짜 너 줘 패고 싶은거 참고 있다. 좀 닥쳐 나 지금 진지해."
"나도 진지해. 너 신고당하면 벌금으로 얼마나올지 계산중임."
"아오 씨, 꺼져!"

이 집에서 내가 꺼질곳이 어디있니? 방긋 웃은 원식이 코를 후비며 머리를 긁었다. 홍빈이 아, 진짜 드럽게 존나 백수새끼. 하며 나무라자 원식이 자기도 며칠 전까지는 라면도 하나 못 사먹는 백수가 어디에서 자기더러 뭐라 하냐면서 욱했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백수라는 말을 되게 싫어하는 놈은 그나마 알바하면서 벌어둔 돈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새로운 직장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와 시발 그런데 그런 놈들이 게이바를 어떻게 뚫었지? 그리고 딱 한번 잤는데 그 사람이 자기 담임선생님이라고 하면 진짜 나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 원식의 말에 홍빈은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그래, 차라리 자기가 부끄러운 줄 알고 그냥 모르는 척 했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어서 큰일이었다. 여차하면 이 일을 다 말하기 전에 시키는 대로 하라는 협박까지 할 까봐 홍빈은 찍소리도 못해보고 놈을 피하기 일수였다. 그 새끼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 한상혁이야. 한상혁. 진짜 이름도 좆같네 아오.

ㅡ 아, 아 잠깐만 상혁아...천천히 좀...
ㅡ 내일 일찍 어디 가야해서, 미안해요...빨리 해요 응?
ㅡ 그,그래도...아,아,너무 빨라아...학!

일찍 가야 할 곳이 학교였냐 십새끼야! 우어어 내가 새파랗게 어린 놈이랑 아주 신나게 떡을 쳤어요 동네사람들!!! 이성을 잃고 포효하는 홍빈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원식이 한숨을 쉬며 그냥 받아들이라는 개소리를 짓거렸다. 아니, 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평소에 깔리지도 않던 놈이 걔가 처음이라고 직접 깔려주기까지 했다면서. 즐기고, 좋았으면 된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는 남녀 사이가 아닌 이상에는 그 새끼가 다른 사람들한테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잖아 병신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 해. 언제 니가 남자여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 봤냐?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모른 척 잡아떼면 그새끼도 언젠가는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되어 있어.

아직 상혁이 쇄골에 남겨둔 키스마크 색이 바래기도 전에 학교에서 마주쳤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은 이홍빈의 귓가에 원식의 말이 웽웽거렸다. 한마디로 귓등으로도 안 들린다는 거지. 진심 울 기세인 홍빈을 놔둔 원식이 냉장고에서 선키스트를 꺼내 유리컵에 쪼르르 따라서 건내줬다. 냉수는 아니지만 이거먹고 속이나 차려라.

"나 짤리는거냐?"
"겨우 반년이야 반년. 입단속 잘 하고, 그 새끼 무시하면 된다니까."
"아니야...그건 진짜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었어."

사실 수업이 끝난 이후 불이나케 빠져나가는 홍빈을 복도 중간에서 상혁이 그를 불러세웠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접근해 와서 오히려 더 무서운 홍빈이 선생님이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하자는 말을 남겨두고 빠르게 교무실로 향했다. 중간에 뒤를 돌아봤는데, 그 눈빛이 흡사 바나나뺏긴 성난 원숭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에서는 그렇게 나이가 어려보이지는 않았는데, 역시 교복을 입으니까 아청아청한 느낌이 퐁퐁 풍겨왔다. 왜 그때 진작에 눈치를 채지 못했었나 하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호텔 침대 앞에서 자기는 오늘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겠다는 놈을 대신해서 직접 깔려주기까지 했다. 사실 정택운을 좋아했을 때도, 분명히 섹시한 목소리와 몸 때문에 자신의 밑에서 얼마나 이쁘게 잘 울까, 하는 그런 환상에 사로잡혀 좋아했던거지 누가 자신을 깐다는 개념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이홍빈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냥 오래간만에 욕구불만을 풀 기회도 왔고, 그 날은 너무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그 동안 자신의 밑에서 괴로워했던 애인들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모로 후장쪽은 생아다인 이홍빈이 가까스로 힘을 풀어 그를 받아들였을 때는 심지어 쇠꼬챙이로 그의 등을 쑤시는 느낌이 들었다.

ㅡ 아, 아 상혁아...아!
ㅡ 하...기분 좋아요.
ㅡ 하...아으! 아, 아, 아!

귀여운 얼굴과는 다르게 물건은 얼마나 큰지 이제 다시는 배변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그 크기에 압도당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커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흥분하고보니 미친듯이 뒤를 조이며 아파하는 홍빈과 함께 상혁도 같이 아파서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그래도 자기 딴에는 홍빈을 위한답시고 허리를 쓸어주며 괜찮아요? 아파요? 하고 물어보며 입에 키스를 쪽쪽 해주는 게 귀여워서 애써 웃으며 아니, 안 아파. 하고 웃었더랬다. 그러자 갑자기 부엉이처럼 아,그래요? 하며 허리를 깊이 차올리는데, 단번에 전립선을 강탈당한 홍빈이 신음보다는 고함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상혁의 목을 끌어안았다. 지금까지 남자들과의 잠자리ㅡ자기가 깔았으면서ㅡ는 그냥 준비운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딱딱해져가는 아래를 보며 허탈하게 흔들리는 엉덩이를 그냥 내버려뒀다.

아, 마지막으로 한 섹스 한 방으로 그냥 훅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순간이 여러 번 오는데, 갑자기 상혁이 귓볼을 진득하게 핥으며 콘돔을 빼도 되냐는 허락을 구했다.

ㅡ 콘돔 빼면 안 되요? 안에는 안 쌀게.

허락해줬냐구요? 네 당연하죠! 으어어어어!!! 갈 것 같은 얼굴로 후장과 페니스 사이를 문지르며 애달프게 홍빈씨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허락을 안 해줘?! 그러나 안에 안 쌀거라고 했으면서 결국에는 안에다 왕창 쌌다. 존나 함정카드를 밟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랫배가 따듯해지는 느낌이 얼마나 엿같았는지, 한상혁이 빠져나간 후에 바로 화장실에 가서 직접 손가락을 넣어 그걸 죄다 뺐다. 예전에 사귀었던 애인이 안에 싸고 안 빼면 그 다음날에 아주 기분이 엿같다는 그 소리가 지금 이홍빈에게 도움이 될 줄이야.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상혁에게도 화도 한 번 안 내고 헤어지기 전 까지 물고빨고 다 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는 그의 말에, 그럼 됐어. 하며 쿨내 풍기는 대사까지 해줬는데 뭐? 그새끼 담임이 나라고?이럴수는 없다. 나한테 절대 이럴수는 없어. 지금까지 게이생활에 이토록 회의감이 든 적은 없었다. 나 그냥 드라마처럼 절에 들어가서 절 엄청 많이 하고 여자가 좋아졌다고 할까? 그럴까? 원식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이 상황은 절대로 바뀌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다행이긴 한데, 월요일부터 봐야 할 그 면상때문에 그냥 확 안나가버릴까 하는 충동까지도 생겨났다. 사생활을 공유했다는 것도 모자라서 몸까지 섞은 제자를 두다니, 정말 일생일대의 위기가 아닐 수가 없다. 안에 안 싼다는 그 한마디에 두근거려서 새초롬하게 고개를 끄덕였던 과거의 자신을 찢어죽이고 싶다 진짜.

"학연이형이 이거 들으면 존나 좋아하겠네."
"아 시발 진짜."

차학연 이름도 꺼내지마! 그 형 내가 이거 때문에 머리싸매고 있는 거 알았다간 정택운한테도 말할거고, 결국 이재환 귀에도 들어가서 난 이제 더이상 게이바에는 발도 못들여놓는단 말이야. 은근싼게 아니라 입이 너무 싸서 차학연에게 고민거리를 말했다가는 그냥 전국민이 공유하는 고민이 된다는 이상한 괴소문이 떠들 정도로 남 엿먹이기가 취미인 차학연은 홍빈이 앞서 언급했던 그 동남아도 아닌데 존나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는 정택운의 애인이었다. 한 번은 이홍빈이 정택운의 취향이 너무 이해가 안되서 물어봤다. 형, 형은 왜 저런 차학연같은 놈이 좋아? 그랬더니 정택운이 존나 정수리로 웃었다. 그냥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데 어떡해. 그리고 이홍빈의 귀에 속삭였다. 차학연형이라고 꼬박꼬박 안붙이면 입 찢어서 죽여버리겠어.

이제 낼모레면 서른줄에 들어서는 이홍빈이 겨우 열아홉밖에 안되는 원숭이 닮은 학생이랑 호텔에 들어가서 이러쿵 저러쿵 쿵떡쿵떡 했다는 사실은 김원식과 이홍빈, 그리고 한상혁과 한상혁의 친구로 보이는 옆자리 남학생이 전부여야만 했다. 아직까지 난리가 나지 않은 걸 보면 한상혁이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마다 이홍빈은 있는 약속, 없던 일을 만들어내며 최대한 한상혁을 피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언제까지 그렇게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냥 존나 비싼 저녁 사주면서 입막음을 하던가 아니면 제 발로 이 직장을 사커킥으로 저 멀리 날려버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즐겨놓고 결과가 이러하다면 이홍빈은 자신의 그곳을 컷더꼬추!! 하면서 잘라버리고 싶었다. 그냥 차라리 평생을 고자로 사는 게 남은 여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늘 학연이형이 우리집 들른다고 했어 택운이형이랑."
"왜?"
"저번에 형들 이사했잖아. 근데 내가 도와주다가 학연이형이 옛날에 선물받은 도자기 깨부셔먹어서."
"그래서?"
"몰라. 그냥 오늘 놀러온다는데?"

너 이제 좆됐다. 병신아. 오늘 꼭 현관문 잠금장치 걸어두고 경비실에 사진주면서 이 사람들 못올라오게 꼭 막아달라고 난리를 쳐도 모자랄판에 김원식은 형들 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택운과 차학연은 한 명씩 보면 매력있는 사람들이다. 정택운은 예전에 한 번 죽어라 쫓아다닌 적이 있어서 아무리 모자란 짓을 해도 좀 귀여워 보인다거나 그런 게 있고 차학연은 좀 빡치는 구석이 많긴 하지만 알고보면 원래 태생부터가 아줌마스러워서 뭘 많이 챙겨주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둘이 붙어서 무슨 일을 벌였다간 왜 핵폭탄급 사건을 만들고 성격들이 드러워지시는지 모르겠다. 분명 그 도자기가 둘이 연애할 때 선물 주고받은 게 맞을텐데, 차학연이 그렇게도 자랑하던 도자기일텐데 김원식 넌 이제 진짜 뒈졌다. 우리집으로 피신와도 나 절대 문 안열어줌.

김원식은 영문도 모르고 그냥 오늘 형들이랑 외식이나 할까 하고 태평하게 저녁 메뉴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황사가 많이 오니까, 목구멍에 기름칠좀 해야지! 이러고 앉아 있네. 그러나 이홍빈도 자기 앞날 걱정해도 한참 모자를판에 김원식 모가지 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다. 이러다가는 진짜 무슨 사단이 난다 싶다.











며칠 잠잠하던 한상혁이 이홍빈에게 접근 한 건 홍빈이 한참 학교에 적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것도 교직원 화장실에서. 원래 학생은 교직원 화장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지만 진격의 한상혁에게는 그딴 건 씨알도 안 먹히는 듯 했다. 그래, 이제 곧 졸업이니까 막나가겠다 이거냐? 홍빈이 깜짝 놀랐지만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손을 씻었다. 그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서 상혁의 고개가 돌아가는 게 시야로 보였지만 머릿속에는 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 따위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선생님."
"여기 교직원 화장실이야. 학생 출입금지고."
"이홍빈."
"..."

나 너랑 선생X제자 그딴 영화 찍고 싶지 않거든? 절로 꺼져줄래? 최대한 유한 웃음을 지으며 뭐 어쩌냐는 표정을 지은 홍빈이 출입구를 가리켰다. 학생은 학생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까 그쪽으로 이용하라는 표시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면상보기 싫으니까 꺼지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한상혁은 그에 굴하지 않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홍빈을 내려다봤다. 그게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는지, 어른으로써 참고 대하려고 했지만 한상혁과 이홍빈은 무슨 사이냐. 바로 몸을 섞은 사이이기 때문에 볼 장, 안 볼 장 다 본 사이였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평소에 인적이 드문 교직원화장실이니까 지금이 잘라내기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구석에 처박혀 있는 반들을 위해 라인에 달랑 하나 있는 교직원화장실을 한상혁 때문에 자주 애용했던 홍빈은 그래, 바로 이게 기회다 싶었다.

상혁아. 표정을 바꾼 홍빈이 그제서야 제대로 상혁을 쳐다봤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하필이면 담임반 아이라 보기 싫어도 매일 봐야했기 때문에 딱히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게 얼마만이냐 싶다. 클럽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교복만 입고 홍빈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상혁의 눈동자가 그 때 침대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게 했지만, 그런 불순한 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우선 변명아닌 변명부터 늘어놓아야 했다. 아니면 당장이라도 터질것만 같은 한상혁이 한 건 크게 할까 싶었다. 요즘 애들은 무시무시하고 또 어마어마하니까 홍빈은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 때 일은, 없던 일로 하자. 당당한 것도 아니었고, 니가 어디에 말 해도 너까지 손해 보니까 그냥 원만하게 서로 묻어두면 다시는 그런 일 없을거다. 알겠니? 숨도 안 쉬고 그대로 할 말이 다 끝난 홍빈이 상혁의 얼굴을 살피려고 고개를 들었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그런지 밥맛이 없길래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는 선생님들을 무르고 혼자서 화장실에 들렸는데 줄곧 한상혁은 밥도 먹지 않고 저를 따라다닌듯 싶었다. 꽤나 충격받은 표정으로 서 있던 한상혁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물더니 홍빈의 팔뚝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그리고서는 화장실 칸에 몰아세우는데, 혹시 이 새끼가 갑자기 협박하면서 나올까봐 한껏 겁을 먹은 홍빈이 미친듯이 발버둥치며 상혁을 반대로 밀어버렸다.

"이거 안 놔?!"
"..."
"야! 한상혁!!!"
"닥치고 들어가."

존나 박력있다. 증말. 나이만 많았으면, 아니 다 제쳐두고 미짜만 아니었으면 달려들법한 전형적인 이홍빈 취향이었다. 그러나 이 놈은 신분이 미짜인걸 어찌하리. 홍빈이 화장실칸 벽에 부딪히며 몸을 웅크렸다.

교직원화장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칸은 보통 화장실보단 오지게 넓었다. 손을 뒤로 뻗어 능숙하게 잠그며 홍빈에게 다가선 한상혁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홍빈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마치 어린애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 어린애 맞지.

"선생님."
"말로 할 때 열고 나가."
"왜 피했어요."
"너야말로 왜 속였냐."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왜 그 곳에서 친구들이랑 웃고 떠들고 있었냐고. 엄연히 담임선생님과 제자인데 제자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날은 상혁의 친구 성재의 생일이라길래 평소 가고 싶었던 게이바를 운 좋게도 뚫어서 기분이 좋아 평소보다 더 들떴다. 태어날 때 부터 게이인 홍빈과는 다르게 양성애자였던 상혁은 여자취향이라면 연하가 좋았고, 남자취향이라면 성숙한 연상을 좋아했었기 때문인지 오다가다 보는 게이바 주변의 풍경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상혁이 처음 게이바에 갔을 때, 그 때 운이 드럽게 나빴는지 상혁에게 먼저 접근해온 것이었다. 옆에 있던 성재는 눈과 입을 동그랗게 뜨며 왜 나보다 니가 더 인기가 많냐면서 칭얼댔지만, 이미 홍빈의 허리에 손을 감고 뒷문으로 향하는 상혁에게 쌍뻐큐를 날렸더랬다. 그 동안 사귄 사람들은 저와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젊은 남자들이었는데, 그 중에도 같은 학교 후배 등 연하도 다수 있었다. 고로 상혁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홍빈에게 제대로 흥분을 느끼며 일을 치뤘고, 아침 일어나자마자 보이지 않는 남자의 빈 자리에 아쉬움까지 느꼈다. 몇 번 만나서 잠자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처음 자신이 양성애자인걸 깨달았을 때 그 첫사랑 이후로는 홍빈이 두 번째였으니 한 번 들어온 그와의 기억은 아침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근데, 그 동안 노처녀 히스테리만 부렸던 여자담임이 똥배인 줄 알았는데 남자친구와의 잠자리로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남모르게 하이패스로 결혼을 하고 훌쩍 출산휴가를 쓰고 날라버렸다는 소문이 가득한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된 게 늦은 밤 자신과 진득하게 몸을 섞은 이홍빈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엔 봐놓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옆을 쳐다봤더니, 육성재는 이미 충격을 넘어 코마상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으어...저,저 사람...육성재. 너 이거 시발 다른사람한테 말하고 다니면 진짜 죽여버릴줄 알아.내가 말 하겠냐 개새끼야, 너부터 어떡할거야 개새끼야. 바 간거 들키면 너도나도 좆된건데 아오.

지난 밤 꿈처럼 잠시 다녀갔던 것 같은 홍빈이 다시 눈 앞에 있으니 잠시 사그라들었던 열기가 다시 피어오르듯 상혁은 홍빈을 끝까지 쫓아다녔다. 그가 사는 집도, 그가 방과 후에 어딜 가는지, 누굴 만나는지 죄다 알고싶다. 순서가 좀 거꾸로 된 인연이라고 해도, 이홍빈이 좋은 걸 어떡해. 이건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분명 학생이라고 득달같이 달려들 것 같던 홍빈이 의도적으로 저를 피하려고 드는 것도 어느새 귀여워 보여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왜 피했냐구요."
"너같으면 아는 척 했겠냐? 어이가 없네. 제발 없던 일로 하자."
"난 못해요."
"뭘 못해. 나는 너랑 학교에서 만난걸로 칠 거고, 니가 아는 척 해도 그냥 학생으로 대할거다."
"선생님. 그 날 밤에..."

누가 교직원 화장실에 오는 소리가 났다. 점심시간이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남은 잔업을 하느라 급식실에 가지 않은 선생인 것 같았다. 홍빈과 상혁이 흠칫 굳으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고, 화장실에는 오로지 누군가가 소변 보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아오 시발.'입모양으로 욕을 짓거린 홍빈이 자신에게 바짝 붙은 상혁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아 진짜 어떻게 이렇게 꼬여버릴 수가 있냐. 내가 차라리 같은 직장동료면 사내연애 한 번 시원하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근데 저 새끼는 아직 편의점에서 담배도 못사는 새끼잖아. 뭘 더 어떻게 해. 그럼 사귈까? 존나 열정적으로 교실에서 섹스도 하면서 하교길도 같이 갈 수 있겠네 아주. 홍빈의 과거에도 예정에도 없던 사람이 끼어들어서 자신만의 불문율을 깨부시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교직원 화장실에 갖혀서 숨죽여야만 하는 신세라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줄곧 문쪽을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던 홍빈은 자신을 아직도 보고 있는 상혁을 올려보다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고개를 돌려 키스하는 상혁을 있는 힘껏 밀었다. 아직 사람이 나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틈을 노리고 지랄이야! 아직 멘탈도 어린애라서 저돌적으로 들이대면 누가 얼굴 붉히며 좋아할 줄 아는 것 같았다. 경기도 오산같은 짓 하고 앉았네. 그러나 넘어지면서 홍빈의 어깨를 붇잡은 탓에 금방 일어선 상혁이 홍빈의 입을 앙 물며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이걸 떼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데 이 양반이 맥주를 많이 마신 것도 아니고 오줌줄기가 얇고 길게 느껴졌다. 쪼르르,쪼르르. 아주 길게. 홍빈은 울며 겨자먹기로 상혁에게 몸을 맡겨버렸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저 멀리 양변기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하, 아으."
"선생님도 그날 좋다고 해줬잖아요."
"..."
"즐길거 다 즐겼으면서, 내빼기에요?"

이자식 패기좀 보소. 홍빈은 어이가 없어서 입술에 진득하게 묻은 상혁의 타액을 닦아낼 여력도 없었다. 이 어린애한테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는 개념 자체가 아직 성립이 되지 않는다거나, 그냥 원래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 같았다. 즐겼으니 뭐가 됐든 계속 만나자는건지 아니면 인정하고 자기한테 반했다고 실토하라는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쩌라고 어? 도대체 너한테 내가 뭘 해줘야 되냐고."진심으로 생각해줘요. 어린새끼가 그냥 호기심에 이러는거라고 보이는거 알아요. 근데 원래 여기까지밖에 못해요. 선생님이 자꾸 나 피하잖아."말도 오지게 잘 하는 듯 싶더니만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그런 말도 서스럼없이 하는 놈이라는걸 새삼 알게 되었다. 아니면 진짜 진심이던가. 그럴리는 없지만 홍빈은 그 전 키스도 까먹을 정도로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진작 이재환이 저한테 그러다가 영계한테 물어뜯길수도 있다고 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렸어야 하는 건데. 홍빈은 상혁이 떠나간 화장실 칸에서 혼자 서서 고민해야만 했다. 괘씸한새끼. 부탁하러 왔으면서 할 건 다 하고 갔어.











"꺄아아아아악!!!!"
"미안! 야, 제발 봐줘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김원식 이 씹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짐승만도 못한 백수새끼! 너 이리와 오늘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신발주걱을 집어든 홍빈이 있는 힘껏 휘두르며 원식을 쫓아다녔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학연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흐이그, 저 썅놈들 아주 내가 안다고 벌써부터 똥꼬에 불붙은 개새끼처럼 방방 뛰어다니네. 옆에서 홍빈이 얼굴이 빨갛게 올라 씩씩대는 걸 고개로 쫓던 택운은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거야?홍빈이 다녀간 날 저녁 학연과 택운을 맞이한 원식은 지옥의 문이 열리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처음 스타트는 좋았으나 끝은 거지같으리. 방긋방긋 웃으며 들어온 커퀴들은 오늘 이 곳에서 집들이 역사를 새로 쓴다면서 가구배치를 아주 좆같이 바꿔놓기 시작했다.

소싯적 힘좀 꽤나 썼다는 정택운은 아주 가구들을 번쩍번쩍 잘도 들고 다녔고 학연은 옆을 졸랑졸랑 쫓아다니며 그의 움직임을 지시했다. 처음에 뭣도모르고 가만히 있던 원식은 옷장이 화장실로 향하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뜯어말리려고 했으나 정택운에게 목당수로 단번에 제압당해 베란다에 갖혀 버렸다. 팬티런닝차림으로 베란다문을 미친듯이 두드리며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바람피다걸린 남편같달까. 그리하여 김원식의 스위트룸은 어느새 김원식의 고투더헬로 바뀌어 책상이 부엌에, 식탁은 거실한가운데, 책장은 신발장으로, 바닥에 깔아두었던 카페트는 벽지라면서 붙어있었다. 그래서 그 날 왜 이홍빈이 얼굴이 사색이되었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던 원식은 눈물을 머금었다. 형, 제발 진짜 잘못했어요. 그 도자기 진짜 제가 두배로 변상해드릴테니까 제발 저 추워요진짜아아 으엉으엉그 순간 원식의 머릿속에 뭔가가 삐싱ㅡ☆하고 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이홍빈의 세기말 스캔들 소식이었다. 이홍빈이 너무 굶주린 나머지 연하를 만나고, 심지어 깔리기 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자기 반 남자아이였다는 그런 막장 개삼류 드라마같은 이야기. 원식은 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저 멀리서 식탁에 누워 가인춤을 추며 소파에 앉아있는 정택운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학연을 미친듯이 불렀다.

형!!!!학연이형!!!! 제발 이것 좀 열어봐!!!응?거래,거래하자!!!
으응???거어래???그래.
내가 시발 이건 숨기려고 했는데 진짜.
뭐어어어언데?
일단은, 나좀 여기에서 꺼내주고 가구 배치좀 다시해주는 조건.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씹새끼야.
미,미안...형. 진짜 이거 빅뉴스야 진짜!!!!
이홍빈얘기야 이거!!
그으으래?
택우나, 우리 얘 풀어줄까아아아??

순간 차학연이 진지해진 것 같지만 지금은 이걸 짚고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다. 최대한 가녀린 표정으로 아둥바둥 베란다 문을 뽀득뽀득 문지르자 한동안 말이 없던 택운이 말없이 제일 위험했던 화장실에서 침수직전인 옷장을 먼저 구출해냈고. 그제서야 원식은 다리가 풀려 심지어 오줌이 지릴 정도였다. 사실 택운이 겉보기에 가구배치가 평소에도 병신같았다고 폭로하여 최적의 가구배치를 했더니 집이 겁나 넓어졌다는 그런 전설의 이야기도 내려져 온다.

그리하여 이홍빈에 대한 이야기는 차학연의 머릿속으로 무한 입력되어 이제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홍빈은 잔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그나마 맥주먹을 여력이 되어 맥주캔을 여러 병 사들고 원식의 집에 놀러왔다. 어이, 김원식이. 집 배치가 좀 달라졌다? 이게 훨 낫네. 하며 서스럼 없이 식탁에 앉으러 들어가자 식탁에는 택운과 학연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었다. 뭐가 캥기는 이홍빈은 사색이 되며 어색하게 인사했다. 형들은 무슨 일이야? 이사간 집 놔두고 좁아터진 김원식네를 오고.

저 얼굴로 고딩만나면 확 신고해도 되겠다, 그치 택운아?
...푸하하하합!!!!!엌!켁!!?윽!!!
너 원나잇 함부로 하면 안된다? 아주 개같은 경우가 있엉.

맥주를 한 잔 시원하게 마시던 홍빈이 바닥으로 토하듯 맥주를 발사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김원식을 올려다보자 원식이 하하핫, 하며 뒷머리를 긁었다. 아, 그게 말이지...내가 피치못할 사정이...으엌!! 단번에 멱살이 잡힌 원식이 맥주를 질질 흘리며 눈을 뒤집어깐 홍빈을 보며 거품을 물었다. 하긴, 저같아도 불같이 달려들만도 한데 이쪽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단 말이다. 정신이 없는 홍빈을 밀치고 거실로 달려간 원식이 어떻게 좀 해보라는듯 눈빛을 쐈지만 택운의 품에 포옥 안겨서 아양떠는중인 차학연은 그런 건 눈에 뵈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제3자니까 니네들끼리 알아서 해.

"악!! 아야야야야야"
"이 개쌍노무새끼!! 삼대가 멸해도 그런 건 무덤까지 가져가야할 일 아니었냐!!!!"
"아니 추워 뒤지겠는데 어떻게 해!!!워어어어억!!"

공중 사커킥을 맞은 원식이 마루 바닥에 뒹굴었다. 단발마를 내지르며 저 멀리 나가떨어진 것 치고는 다시 벌떡 일어나 도망갈 자세를 취하는게 더 맞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존나 의리없는 새끼. 내가 다시는 너한테 상담하나 봐라 쌍노무새끼! 음절마다 끊어서 때리는 홍빈은 원식의 등허리를 작살내도 모자랄 만큼 분노했다.










하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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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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