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진정한 천재 예술가들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한 형편을 가지고 있다는 그런 말이 많지않나. 비운의 천재 뭐 이런거. 어렸을 때 부터 같은 꿈을 향해 달리는 랩슈들은 그렇게 형편이 좋지를 못해서 외곽에 있는 컨테이너박스를 하나 구해서 급하게 생계를 꾸려나가게 되는데 주변에는 사람 잘 안다니고 해서 시끄럽게 해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자기들이 직접 전기나 수도 이런거 다 근처 집에서 끌어와서 그쪽 집에 수도,전기세 내면서 살고 있었음.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도 컨테이너자체가 바람이 잘 안통해서 그냥 집 문짝을 떼버리고 살았었음. 그덕분에 흰 윤기 피부가 모기에 전멸되고 남준이는 그 모기 잡겠다고 에프킬라 손에 들고 날뛰어다니다가 그나마 있던 침대위에 설치해둔 모기장 찢어버려서 윤기한테 혼났음. 야 임마! 이거 하나밖에 안남은 모기장인데 또 찢어먹냐? 하... 이러니까 남준이는 아니...형 팔뚝 모기물려서... 안 이쁘잖아. 이러고 시무룩함. 근처에 산이 있어서 모기도 그냥 모기가 아니라 흰줄무늬 있는 산모기였음. 그래서 유달리 모기 잘 물리는 윤기가 밤마다 피날정도로 잠결에 긁으니까 남준이는 윤기 양손 꾹 잡고 서랍 뒤적이다가 모기물린데 바르는 약 발라주는데 그게 상처에 들어가서 윤기가 아으으 거리고 남준이는 그러게 형 계속 곡 작업하지 말고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 있으랬잖아...하고 안쓰러워하면서 윤기가 더 못긁게 꼭 껴안고 잠.

겨울에는 뗀 문짝을 다시 달고 창문에 뽁뽁이 붙이고 문틈에 수건이며 뭐며 다 콱콱 막고 살아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랑 안쪽이랑 바깥쪽 온도가 달라서 벽은 온통 물기 한가득이고 전기를 끌어와서 전기 난로 하나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윤기는 감기를 달고 살았음. 환경이 애 건강을 다 망치니까 우리 잠시 모텔에 장기투숙 하지 않겠냐고 남준이가 말하는데 수중에 있는 돈이 수도,전기세로 나가면 5,6만원이 고작 남아서 그 말도 꺼내만두고 하지는 못함. 밥도 하루에 세끼는 다 못챙겨먹고 매일 빵이나 편의점김밥으로 떼우니까. 매일 밤 전기 난로틀어놓고 오래된 솜이불이랑 옷들 죄다 껴입어도 추워서 서로 껴안고 자야지 그나마 서로의 체온때문에 잘 수 있었음.

절망적인 환경에도 둘은 노래가 좋아서, 랩이 좋아서 곡도 만들고 공연도 다님. 언더에서는 랩몬스터랑 슈가? 알지 걔네. 할 정도로 실력이 괜찮다는 평인데 매번 운이 없어서 그냥 언더에서만 가끔 언급되는 그런 애들이었음. 슈가는 랩도 잘하는데 곡을 잘 써서 다른 사람들이 가끔 곡좀 써달라고 하니까 그나마 거기에서 수입이 있지 안그러면 진짜 냉수로 배채워야될만큼 가난함. 남준이는 랩으로 유명하지만 윤기옆에서 작곡하는 거 배우고 자기도 흥미있어해서 곡도 몇 개 쓰고 어느정도 씀. 근데 남는건 힘이라 가끔 공사장에도 일나가서 돈벌어옴. 그걸로 빠듯하게 계획해서 돈쓰는건 윤기가하고 거기서 남준이 용돈은 꼬박꼬박 줌. 남준이가 옷을 좋아해서 형 옷도 코디 잘해주고 자기도 스타일 맞춰서 입고. 둘이 다니면 좀 옷 잘 입는 것 처럼 보이는데 집에 돌아오면 바로 목 늘어난 티랑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곡 쓰고 연습하고 하는게 사실임.

근데 언더에 있는 사람 발굴하고 그런게 좀 유행이었음. 그래서 기획사가 애들 어디 사는지 알아뒀다가 찾아가는데 진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거. 공터에 컨테이너 하나 달랑 있어서 긴가민가하면서 컨테이너 문 두드리는데 인상쓰면서 남준이가 나옴. 누구세요? 하는데 곡 잘 들었었다고 혹시 좋은 노래 있냐고 하면서 기회되면 자리 알아봐줄 수 있다고 같이 일해봤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 때 남준이네 본가 쪽에 일이 터져서 연끊고 살았던 남준이한테까지 소식이 들려오니까 남준이가 돈이 엄청 필요해도 윤기한테 말도 못하고 끙끙 앓던 중이었음. 그래서 그럼 곡 몇개 보내드릴테니까 이메일달라고해서 그날 중으로 바로 급하게 곡들 메일로 보내는데 관계자가 한 곡이 마음에 든다면서 회사로 나와줄 수 없겠냐고함. 그 곡을 써주면 수입이 생기니까 히트만 친다면 돈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될것 같아서 남준이가 그날 밤에 형. 나 잘될것 같아. 기획사에서 내 곡이 맘에 든대. 하니까 윤기가 니가 먼저 유명해지는거 아니냐? 그때가서 나 모르는 척 하지마. 하면서 둘이 그 날도 껴안고 잠.


근데 회사가서 확인해보니까 자기가 확인을 못하고 실수로 작년에 윤기가 남준이 생일 때 선물로 곡써준게 있는데 그 위에 남준이가 좋다고 가사 써서 윤기한테 사랑고백하듯 랩한 노래였던거. 회사가 이 노래가 상업성도 있고 느낌도 좋다고 이걸로 한 번 데뷔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는데 이 곡은 자기가 쓴 게 아니잖. 그래서 남준이는 정중하게 이건 잘못 보낸 것 같다고. 자기가 쓴게 아니라고 자기랑 같이 사는 형이 쓴 곡이라고 한건데 차마 둘이 연인사이라고는 말 못하고 그냥 얼버무림. 근데 회사가 그럼 그분한테 허락 받으면 되는거 아니겠냐고 해서 남준이는 고민하다가 윤기한테 미안하다고 이 곡 형이 나한테만 써준건데 내가 회사로 잘못보내서 그 곡이 좋다고 하는데...하면서 횡설수설하는데 윤기는 임마, 괜찮으니까 써. 뭘 그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그러냐? 이러면서 씨익 웃음.

윤기 곡으로 데뷔한 남준이는 사실 스케줄대로 이동하고 그런거 겁나 싫어하지만 돈이 급해서 어쩔 수가 없었음. 근데 회사에서 처음 언플할때 남준이 데뷔곡을 자작곡이라고 전부 자기가 만들었다는 식으로 언플을 쫙 해놓은거. 다 저질러놓고 인터뷰전에 그렇게 됐다고. 요즘은 다 자작곡이라 기획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인터뷰를 그렇게 하라는거; 남준이는 내가 처음부터 내가 쓴 곡이 아니지 않느냐. 거짓말 못하겠다. 이러고 화내는데 계속 머리속에는 다 기울어져가는 본가랑 여름겨울에는 죽지못해 사는 윤기랑 자기가 생각남. 윤기와의 신뢰를 깨버리고 그대로 인터뷰나감.

집에돌아오니까 윤기가 잘 다녀왔냐고 웃는데 남준이는 형보고 아무말도 안함. 윤기는 이미 남준이가 자기가 쓴 곡 자작곡이라고 거짓말치는 거 다 아는데도 그냥 다 제쳐두고 피곤하지 않냐고 그러는데 남준이가 갑자기 형 앞에서 무릎꿇고 미안하다고 엉엉 울고. 윤기는 아무 말 없이 안아서 토닥여주고. 정말 빡치게도 남준이는 잘 되겠지. 회사는 윤기가 곡 잘쓰는 거 알고 남준이몰래 윤기 만나서 이번에도 남준이 곡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윤기가 그러겠다고 함. 남준이는 회사가 신인 작곡가한테 노래 가져왔다고 하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노래 듣는데 듣자마자 말 없이 사무실 뛰쳐나감. 듣자마자 윤기노래인거 아는거. 이제 돈도 모여서 작은 아파트에서 사는 윤기한테 찾아가서는 형. 나 비참해진다고. 왜 바보처럼 내 뒤에서 없는 듯 지내냐고 나보다 형이 더 낫지 않느냐. 막 따지듯 하는데 윤기가 웃으면서 그러지말라고. 나는 그냥 니가 잘되는거 보고 싶다고그럼. 물론 아쉽고 힘들지만 운이 없는 걸 자기더러 어떡하냐고 그러는데 랩슈들은 이제 서로가 지쳐서 그냥 우리 그만 만나자고 하고 헤어짐. 이런식으로 서로가 죄의식으로 만날것같으면 차라리 서로를 놔주는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매번 곡들마다 중박 이상은 치는 랩몬스터한테 매번 회사가 윤기 곡 가져옴. 그래서 남준이가 녹음하다가 원래는 니까짓거꺼져라 없어도 잘산다 뭐 이런 느낌의 가사인데 부르다가 뛰쳐나가서 울고. 그래서 그 앨범은 막 말을 하는데도 목소리에 슬프다는 평이 많았음. 남준이네 녹음 관계자가 인터뷰에 남준이가 녹음하다가 뛰쳐나가서 서럽게 울었다고 밝히니까 남준이 애인 있는 거 아니냐는 설도 많고. 근데 남준이소식 챙겨들으면서 계속 곡작업하는 윤기. 잡지 내려놓으면서 미친놈. 내가 그러라고 곡줬냐. 이러는데 자기도 눈물 터져나오고. 서로한테 상처만 줄까봐 오가는 곡으로 대화하고 교감하는 랩슈들이 보고싶어요.




그리고 남준이가 슈스가 되고 세계에서도 러브콜 난리나니까 자기는 게이라고 돌연 커밍아웃하고 바로 윤기한테로 찾아갔으면 좋겠다. 세계가 인정하는 힙합부부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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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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