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지민이는 부산에서 유명한 조직의 보스 아들이었음. 지민이가 태어나자마자 조직이 살고 있는 한옥 건물은 축제 한마당을 열면서 주변 상인들한테 자리값 요구대신 떡을 돌리며 우리 보스 2세가 태어났다고 난리가남. 그때 당시에 그 일대는 한옥 건물 여러채가 늘 잔치 분위기라서 모르는 사람들은 민속마을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까까머리 조직행님들 보고 심장에 무리가 왔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음. 형님들은 얼굴과는 다르게 순진한 형님들이 많아서 지민이 육아일기를 위인전 편찬하듯 한글자한글자 적는 사람도 있고 지민이 성장기전용사진기사도 있고 지민이 뒤 봐주는 시다바리도 있고 항상 지민이는 모두의 관심대상이자 어화둥둥내새끼임. 지민이는 말 그대로 덩치크고 힘좋은 깍두기형아들 아저씨들 사이에서 무한 애정을 받으며 자라서 약간 기고만장한 그런 여왕님끼가 다분한 성격으로 자라옴. 그런데 지민이가 초등학생 저학년때까지는 부산에서 피지컬좋기로 유명했었는데 이게왠걸. 서서히 성장이 멈추고 있지 않습니까!! 지민이의 스웩정신 왼팔 오른팔인 랩몬형님과 슈가형님은 절규를 하며 지민이를 당장 성장클리닉에 상담신청을 하는데 지민이가 키가 이제 곧 멈춘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모든 형님들은 통곡을 하면서 슬퍼함.

지민이는 그런걸 보고 자라서 그런지 자기 키에대한 그런 자격지심이라고 해야하나 컴플렉스가 다른 사람보다 엄청 심해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는데, 모름지기 부산싸나이. 그것도 조직의 보스 아들이 문무에 능통하지 않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공부 뿐만이 아니라 무술 조기교육부터 시작해서 온갖 합기도,검도,태권도,킥복싱,무예타이,절지도 등등 안배워본 무술따위는 없는 그런 무술기계로 자라나게됨. 지민이 키 작다고 하는 애들은 그 다음날 부터 볼 수 없게 되거나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게 된다는 그런 악명을 떨치며 지내게되는데 지민이 옆에 또래라고는 단 한명, 개또라이 김태형밖에 없다고한다. 김태형이 지민이 옆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였는데, 지민이가 존경하는 관장님 아들이 태형이라서 태형이만큼은 아무리 키로 놀려도 그냥 부들부들만하지 절대 안때림.

지민이는 학창시절을 전부 1짱 아니면 1짱도 못건드는 차원이 다른 예외로 지내고 드디어 지민이도 이제 대학생이 됨. 문무를 둘다 겸비한 지민이는 학교에서 파란만장한 생활을 보낼 생각으로 흥분해있는데 아버지는 지민이의 안위를 걱정한 나머지 지민이 자취방을 넓게쓰는 대신 슈가형님과 랩몬형님이 함께하시기를 원하는게 아닌가... 지민이는 나름 문란하게 한 번 고삐풀고 놀아볼까 하는데 아버지가 태클을 걸 줄은 모름. 그래도 아버지 말은 하늘의 말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같이 지내게됨. 슈가형님은 지민이가 절제된 삶과 깊은 배려심을 가지고 합리적이게 살기를 누구보다 더 원하는 형님이고 랩몬형님은 파괴신이긴 해도 지민이 고민거리 속시원하게 들어주고 남자대 남자로 봐주기 때문에 지민이는 그냥 적응하고 지내기로함. 랩몬형님이랑 슈가형님은 지민이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니려고 하는데 지민이는 극구사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쁜 여자친구만나고싶은데 뒤에 시커먼 형님들 있으면 부담스러울게 뻔함ㅇㅇ




근데 지민이의 운명의 상대는 학교 내 벤처 연구단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석진이어라. 길가다가 부딪힌것 뿐인데 지민이는 가만히 있고 김석진이 튕겨져나감ㅋㅋㅋㅋ진짜 만난 건 우연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는 상황에서 박지민은 첫눈에 폴인럽하는데 석진이는 그것도 모르고 죄송하다며 가운을 펄럭이며 사라짐ㅜ 지민이는 그 강렬한 첫인상 때문에 며칠을 그사람이 누굴까 하면서 잠을 설치는데 그것을 본 랩몬형님이 관심을 가지고 지민이한테 다리를 놔주겠다면서 구슬림 지민이는 남자라고 말할수도없고 끙끙대는데 옆에서 조용히 있던 슈가형님이 지민이 얼굴보더니 남자냐고 물음 지민이 먹던 물뿜고 아니라고 우기는데 이미 형님들은 지민이 뒷조사하고 다니는 데에는 1인자라서 지민이는 별수없이 남자라고 고백함 근데 나의사랑너의사랑 지민이가 게이라는거에 형님들은 전부 신부감을 찾아주겠다면서 게이미팅을 주선하는데 지민이는 그사람 아니면안된다고 못을 박아버리고 형님들한테 내 연애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차단! 형님들은 돌아가면서 지민이 기저귀갈아줄때가 언제인데 벌써 다 컸다면서 눈물을 머금었다고 한다.

지민이는 그 운명적인 만남을 또 하고싶은데 석진이는 연구때문에 바빠서 얼굴을 잘 비추지도 않고 지민이는 연구단지 근처를 서성이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었음. 자꾸 얼쩡거리니까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뻔도 했지만 뭐 어쩌겠어 아쉬운사람이 더 기다리는거지. 점심시간에도 맞춰 갔지만 석진이 옷깃하나 보이지않음. 졸라 한숨 쉬면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석진이랑 대화하고 있는걸 발견하고 몸을 숨기는데 누군가가 지민이를 발견하자마자 도련니이이임!!! 하고 소리침ㅋㅋㅋ 알고보니 옛날에 공부좀했다던 랩몬형님이었는데 지민이는 그날 모르는척 랩몬형님 무시하고 반대길로 도망침. 이유는 자기도 모르겠지만 왠지 석진이가 조직 보스 아들이라는걸 눈치채면 안될것같고 그래서 그날 랩몬형님한테 서운하다는 말 들었지만 랩몬형님이랑 석진이랑 무슨사이인지 몰라서 그냥 슬쩍 물어봄


그...연구단지앞에서 누구랑 말했던거야? 처음보는 것 같던데. 아, 저희 조직이 후원해주는 보육원 친구라고. 오랜만에 우연히 만났어요. 랩몬형님도 보육원출신이라 지민이네 조직한테 지원받고 우수하게 대학교까지 마치고 나온 나름 엘리트인데 같은 보육원출신이라니 더더욱 밝히면 안될 것 같음. 조직이 사회정의구현 이런거에 약간 심취했었을 때 보육원에 막대한 지원하고 그랬던적이 있는데 세월이지나서도 그 지원은 끊지 않고 계속 했었음. 보육원출신 조직원도 많고. 치고박고 싸우는 게 옛날말이고 지금은 대부업도 하고 나름 회사처럼 조직되어있음. 지민이는 그래도 랩몬형님이랑 친구라니까 다행이기도함. 연줄하나없이 그사람을 어떻게 만나나 싶다가도 갑자기 너무 차이가 나서 그사람이 나를 어려워하면 어쩌지 하는 그런 불안함이 너무 커서 끙끙 혼자 앓는데 또 한번의 운명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름.



축제 때 지민이네 과는 주점을 했는데 그때 무슨 일인지 석진이랑 그 동료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지민이네 주점으로 와서 술먹고 있는거. 지민이가 전 부치다가 멍하니 있어서 전 다태워먹으니까 과대 태형이가(같은과 나란히 붙음) 이 샹노무새끼 집안 말아먹는다고 밀어내고 넌 그냥 서빙이나하라고 하는데 하필이면 석진이 테이블로 가라네 하핳하 지민이가 술같은거 부들부들 떨면서 가져가니까 석진이가 조심하라고 지민이가 든 술 같이잡아주고 그순간 석진이랑 손 스치니까 지민이 얼굴 홍당무됨 가,감사합니다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서 바로 뒤돌아서 멀어지고 주점뒤편에가서 이 병신새끼 호구새끼 이러면서 자책 쩔게하고 과애들이 지민이가 미쳤다면서 머리에 손가락 빙빙 돌리고 지나감. 지민이는 그쪽으로는 가고싶은데 또 심장 쿵쾅거려서 심장마비올까봐 못가겠고 근데 석진이랑 온 사람이 누구일까되게 궁금하고 남자긴한데 혹시 석진이한테 이상한맘품고있으면 어떡하지 걱정되기도 함. 혼자 내적갈등 하면서 있는데 태형이가 무슨 이상한 낌새 눈치챘는지 지민이한테가서 야 너 저기 저사람한테 무슨 볼일있냐? 돈꿨냐? 이렇게 물어봄 근데 대답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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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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