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했는데 참지못해서 푸는 썰

01) 말그대로 쇼윈도 부부생활의 시작은 철저하게 갈라진 알파와 오메가의 평화 협정의 일환이었음. 일방적으로 번식의 도구로만 이용되었던 오메가는 온갖 범죄에 노출된 자신들의 신분을 위해 조직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했는데 그로 인해 알파의 인구수가 초반에는 눈에 띄지 않게 감소하다가 알파 인류학자들이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조금씩 심각성이 수면위로 드러났음.

02) 그렇긴 해도 좋은 알파집안은 비밀리에 오메가를 아예 가둬서 키우기까지 했으니까 지배층에서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음. 그러다가 알파의 페로몬에 반응하지 않는 돌연변이 오메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진화된 오메가다 뭐다 말이 많아지니까 기득권들끼리 대책을 세우잔 소리가 나옴.

03)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의견이 평화협정을 맺고 기존 오메가 범죄를 가중처벌하자는 말이 나왔는데 상대측에서 아무리 그렇게 해도 있는사람들은 그런거 신경이나 쓸거같냐고 엄청 반대하다가 나온 의견이 평화의 상징을 만들자는 거. 그렇게 해서 유명 가문의 둘째아들인 김석진이 딱 결혼 적령기를 맞이해서 공식적인 배우자를 찾겠다고 나섰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게 될거같냐고 막 말이 많았는데 결국에는 가장 권력이 강한 오메가쪽 협회장 막내아들인 박지민의 결혼이 진행중이라고 기사가 뜨겠지

03-1) 오메가끼리도 결혼이 가능함. 대게 인공수정으로 애를 가질 수 있음. 그렇게 나온 아이들의 99퍼센트는 다시 오메가임.

04) 하루아침에 처음보는사람이랑 결혼하라는 미친소리를 듣고 식기를 집어던진 지민이가 결혼식장에서 혀깨물고 뒤져버릴거니까 마음대로 하라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림. 그쪽은 어떤 정신머리길래 이상한 평화협정으로 사람인생을 조지냐고 막 소리치고 다 깨부수고 이러는데 가족들은 지민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어쩔수가 없다면서 침묵함.

05) 왜 수많은 집안중에서 우리가족이, 그것도 왜 내가. 혼자 방안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성질도 내고 욕도하다가 이제 현타가 와서 잠잠해졌음. 생각해보니까 형누나들은 전부 오메가쪽에서 한 자리씩 다들 차지하고 있었고 아버지도 정계진출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를 놓칠리가 없어 보였음. 지금까지 자기한테 기대한 적 없이 너는 그냥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했는데 그건 말뿐이었는지. 지민이가 가장 슬픈건 배신당한 그 느낌때문이었음.

06) 질질 끌려가다시피 가서 식장예약하는 그 순간까지 김석진은 털끝하나라도 내비친적도 없고 벌써부터 정내미가 떨어져서 김석진의 김자만 들려도 치가 떨릴 지경이었음. 도대체가 신경도 안쓸거면 결혼 안할거라고 깽판도 안친다는게 말이됨?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느낌이라 그냥 영혼 다 빠져나가서 이게좋아요 저게좋아요 하는 말에 전부 오키도키 맘대로 해주세요 좋으실대로하세요 하고 그냥 집에 와버림.

07) 근데 나중에 그쪽집안에서 전부 플랜 바꿔버렸다는 소식 들리겠지. 아니 그러면 애초부터 그쪽에서 맘대로 하던가 시벌!!! 있는티는 오지게낸다면서 뻐킹 알파를 외치던 지민이는 그날 저녁 상견례를 한다는 말에 그래 잘됐다 ㅅㅂ 이왕 조지는거 아예 인간 쓰레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음.

08) 상견례자리에서 아주 큰 테이블을 사이에두고 마주앉은 두 가문은 되게 형식적일 줄만 알았는데 철판 개잘깔아서 하하호호 존나 웃는데 말은 서로 까내리는 말이라 지민이가 더 겁먹어서 입하나 벙긋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석진이가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리길래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자길 비웃는것같은 눈을 마주침. 기분이 아주 ㅈ같아져서 뭐 시발. 하고 째려보니까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친다.

08-1) 권력이 높은 오메가에서 높은 연봉을 주고 알파 페로몬에 반응하지 않는 돌연변이 오메가를 경호원으로 둔다.

09) 석진이는 되게 신기한것보듯 그 다음부터는 결혼진행할때 자리에 나옴. 지민이는 뭣같은 표정으로 뒤에서 쳐다보기만 하고 석진이는 이왕 하는거 제대로 하자면서 신나게 옷 고르고 있는데 가만히 있던 지민이가 피식 웃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물어봄. 석진이는 잡지에 눈을떼지 않으면서 지민이한테

"억지로 하는거 기왕 제대로 해야지."
"(지랄이다 진짜;;;)"

10) 지민이는 그 당당한 말투와 상대를 깔보는듯한 제스쳐때문에 석진이를 더 싫어한다. 알파들은 죄다 그런건가? 싶어서 더욱 색안경끼고 보는데 석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맘대로 결정하고 지민이 쓱 쳐다보면서 괜찮지? 하고 그냥 넘어감. 어짜피 ㅈ같다고 해도 그대로 할거면서 괜히 있는척 지랄한다고 자기 피곤하니까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 차안에서 잠듬. 한마디도 안지는 박지민이 신기해서 김석진은 계속 쳐다보겠지.

11) 결혼식은 최다인원이 참여했고 보여주기식인만큼 화려하기도겁나게 화려했음. 지민이한테 3일 전부터 꼭 웃어라. 행복한 모습 보여줘야한다 계속 주입시키던 엄마한테 아침까지도 그 소리를 들으면서 울컥한 지민이가 엄마한테 엄마. 정말 내 행복은 안중에도 없는거야? 하면서 울먹이니까 엄마가 그제서야 무너져내리겠지. 미안하다고. 딱 몇년만 버텨달라고. 도대체 다들 싫어하는 결혼은 왜 굳이하는건가 회의감들다가도 금방 입장해야된다는소리에 정신차리고 지민이는 말하지 않아도 이게 다 아버지 일때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겠지. 자기의 결혼으로 평화협정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면 아버지는 그걸 발판으로 더 세력을 키울거니까.

12) 지민이는 ㅈ같을수록 더 행복하게 웃었음. 누가보면 정말 행복해보일만큼. 석진이는 그 옆에서 같이 호응하듯 지민이를 사랑스럽게 보면서 반지도 끼워주고 연기를 1000%발휘해서 감동했다는듯 울먹이기도 해주고 남우주연상급으로 잘해서 측근들은 쟤네들 진짜 연애라도 한건가 싶을 정도로 의아해하겠지. 근데 그럴수록 지민이는 더 화나고 빡치고 토할것같고 그랬음. 가식이라는게 이렇게도 엿같은 기분이구나.

12-1) 알만한 사람들은 이게 보여주기식 결혼이라고 다 알고있음.

13) 신혼여행하러 웨딩카를 타고 떠나는 척 석진이랑 지민이는 각자 집안에 있는 별장에 며칠 묵었다가 다시 신혼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음. 공식적인 행사에 초청되면 부부끼리 같이 붙어서 참석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말을 맞춰야해서 같이 살아야하는데 지민이가 같이 밥도먹기 ㅈ같으니까 새로 지어지는 집의1,2층 구조를 동일하게 해달라고 했음. 완전하게 분리된 생활하고 싶어서. 근데 그건 안된다고 해서 기분 더나빠짐.

14) 니가 뭔짓거리를 하고다니는지는 알바 아닌데 우리가문에 먹칠할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하면서 아침밥 먹는 지민이한테 커피를 내리면서 나른하게 말하는 김석진임. 2층 작은 방에서 자고 나온 지민이가 기분더러워서 먹고있던밥 죄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감. 상판떼기만 멀쩡했지 성격이 아주 더러운 새끼라고 다트판에 면상사진 걸어놓은지 오래였음.

15) 지민이는 결혼하고 가장먼저 구입한게 전자레인지. 인스턴트 음식 사서 2층에서 그냥 조리해먹음. 덕분에 식사차려주시는 아주머니도 필요없고 김석진도 마침 요리가 취미라고 해서 딱히 도우미도 필요없는 상황이라 지민이는 매일 인터넷으로 한달치 식품 다 사놓음. 밖에 나갈때는 친구만날때, 공식행사 참여, 그밖에 인터뷰참여같은거 할때. 그 외에는 김석진과의 일체 접촉없음.

16) 지민이가 막 자고 있는데 1층에서 앓는 소리 비슷한게 들려서 혹시 꼴에 아픈가? 싶은 마음에 그래도 같이 살고는 있는데 모른척하기 뭐해서 내려가는데 현관 앞부터 모르는 사람 옷이 막 널부러져있고 알고보니 앓는 소리가 떡치는 소리였다는 거 듣고 시발... 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 옷 죄다 쓰레기통에 넣어버림. 아침에 그 옷 주인이 어머 이게 뭐야!!! 이런 소리에 2층에서 겁나 쪼개면서 ㅂㅅ들ㅋㅋㅋ하고 즐거워함. 석진이는 딱봐도 박지민이 한거 아는데 별말 안하니까 딱히 신경 안썼음.

17) 지민이도 똑같이해줄까 하다가 동급되기 싫어서 아침에 커피마시는 김석진한테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욕구불만이시면 밖에 나가서 한발 빼고 오시던가 기분 나쁘게 여기서 이러지 마시구요. 하고 지나감. 그런데 지민이 뒷통수에 대고 너도 곧 내 아이를 가져야될텐데 뭐가 이상하지? 이러는 소리에 뭐 시발? 하고 뒤돌아보는데 석진이가 피식 웃으면서. 몰랐어? 이 결혼은 애가 목적이지 너와 내 행복이 아니야. 하는거. 그래서 어이가없어서 지민이가 당신이랑 뒤졌다 깨어나도 안자요. 하고 올라감. 발걸음이 빨라진 이유는 김석진이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음. 지민이는 돌연변이가 아니기 때문에. 방바닥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지민이는 괜히 물건 던지면서 빡쳐함. 내가 뭐가 못났다고 저런 사람한테 꼼짝 못하는지 억울하고...

18) 공식석상에 초대된 지민이는 석진이가 챙겨주는 물병에 웃으면서 고마워요 자기^^ 하면서 정작 안마심. 괜히 목마르지도 않은데 챙겨주고 지랄이야. 수시로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에 괜히 귓속말 주고받는척 하고둘만의 세계에 갇힌 신혼인척 오지게함. 겨우 오늘 다른사람 들여보내면 옷 버리는걸로 안끝난다는 소리를 귓속말로 하는건데 김석진은 그걸 듣고 사랑스럽단 표정으로 싫은데? 하면서 ㅈ까 하는거지.

19) 오메가는 당연히 히트사이클이 찾아옴. 그럴때마다 지민이는 약을 수시로 먹고 단속 잘함. 알파랑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그걸 철저하게 안하면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잘 관리하는건 필수임. 최근에 지민이랑 석진이 사이가 엄청 좋아보여서 평화협정을 맞이하고 알파-오메가 부부가 몇 생김. 아직 중산층 이상은 알파끼리 결혼하고 오메가에게서 낳아진 아이를 데려오는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들리는 말은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그거 하나정도.

20) 도대체 이런 엿같은 생활을 언제까지 버텨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한 인생낭비는 없다고 생각함. 물어오는 질문들을 기계적으로 대답하고 자리를 뜨는 둘은 집에만 돌아오면 언제그랬냐는듯 서로를 없는사람취급함. 그런 생활을 6개월 정도 반복하는데 김석진은 다른사람을 침실로 계속 초대함. 매너좀 지키라고 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보란듯이 몇명이랑 한번에 재미본 석진이가 나른하게 상의 탈의한채로 물마시고 있는데 지민이가 2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째려보면서 얼씨구, 이젠 3p? 의자왕이네 시발. 이럼. 석진이는 어이가 없다는듯 지민이한테 다가와서 내 집에서 내가 섹스를하든 불경을 외우든 자기맘 아니냐고 하는데 어이가 없지.

21) 당신집안 망신은 당신이 시키는거겠지. 만에하나 당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다른곳에 가서 입이라도 잘못놀리면 어쩔거냐고 따지니까 석진이가 피식 웃더니 다 자기집안 소속 사람들이라고. 뭣하면 없애버리면되지 뭘 그렇게 민감하게 구냐는 소리에 지민이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석진이를 흘기고 다시 올라가겠지. 정말 기고만장하게 사는 건 알았어도 이렇게 역겨운것까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새로알게됐네.

22) 그래도 소문이라는게 무서운건지 측근들 사이에서 쉬쉬하던게 찌라시로 둘이서 계약 결혼해서 한 집에서만 살지 완전히 따로 지낸다. 공식석상 이외에서는 둘이 아는체도 안한다는 식으로 돌아다녔음. 지민이는 제발 이대로 사실이라는거 밝혀져서 빨리 세상사람들이 저새끼가 얼마나 쓰레기라는거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매일 밤 빌고. 그런 찌라시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신혼집 근처로 처음보는 차라던가 사람들이 수근대거나 몰래 카메라로 찍어가려는 사람들이 많았음. 그러니까 석진이네 가족에서 자꾸 애는 언제? 이러겠지.

23) 지민이는 석진이네 집안에서 오는 연락같은거 다 씹음. 내가 뭐가 좋다고 전활 받아? 이러는데 어느날 갑자기 석진이가 지민이한테 전화를 휙 넘겨줌. 뭐야, 하고 있으니까.

"받아봐."

지민이는 뭐지? 하고 아무생각없이 받음.

24) 당연히 개소리겠지. 억제제를 왜 먹냐부터 시작해서 애를 왜 안낳는거냐 결혼했으면 결실이 있어야지 지금 사람들이 둘이 그냥 쇼원도 부부냐고 수근대는거 알기나 하냐고. 자기네집에 먹칠하는거라고 엄청 뭐라고 하니까 지민이가 쇼윈도 부부맞잖아요. 하니까 암말 못하겠지. 끊겠습니다하고 폰 석진이 주려던거 존나 빡쳐서 바닥에 던지니까 석진이가 잡지 보다가 눈썹 찌푸리면서 저게 뭔 개같은 짓? 하는 표정으로 지민이를 봄.

25) 지민이는 그냥 2층으로 올라옴. 내가 뭐때문에 여기있는건가 잠시 잊고 있었는데 비로소 그냥 양쪽 가문의 권력을 위해서라는걸 다시한번 깨달음. 주기적으로 정내미가 떨어지는것도 집안내력인가 싶어서 침대에 앉아서 숨고르고 있는데 항상 방문 잠그다가 깜빡하고 안잠근거 모르고있었는데 갑자기 벌컥 열리더니 김석진이 나른하게 걸어들어오는거.

"지금 뭐하는짓이야?"
"이러라고 전화 바꿔준거 아니었어?"

석진이는 지민이가 갑자기 반말쓰는거에 한 번 인상찌푸림.

26) 심술부리는거 봐주니까 내가 같잖아 보이는것같네. 하면서 다가오니까 지민이 허리가 바짝 긴장하면서 온 몸의 감각이 민감해짐.

"힘으로 안될것같으니까 비겁하게..."

지민이가 발버둥치면서 나가려고 하니까 석진이가 페로몬을 거둬들이고 지민이 침대에 확 잡아 눕힘. 힘으로 안될 것 같은 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거든.

27) 지민이는 아무리 힘써도 안풀리는 손이 저려오기 시작했음. 면상에 침이라도 뱉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리에서 미련없이 일어선 김석진이 피식 웃으면서 방으로 나감. 지민이는 패배감에 자기 방에 있던 액자를 던져버림. 뒤집어놔도 자꾸 집 주기적으로 청소해주는 사람이 다시 세워놓는 결혼식사진이었음. 산산히 깨진 유리조각 쳐다보던 지민이가 그냥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눈을 감음. 차라리 죽고 싶다. 이대로 숨이 안쉬어졌으면 좋겠다.

28) 지민이네는 지민이한테 차마 아이를 가지라고는 못했음. 찌라시가 돌고 있는 건 아는데 계속 그런거 아니라고 부정만 하고 있었음. 공식석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민이랑 석진이는 언젠가부터 지민이쪽이 되게 영혼이 없어보여서 진짜 아니냐고 말이 많아지고 석진이가 본가로 소환돼서 연기라도 제대로 시켜야지 안되겠다고 집에 찾아가려고 하는거 말리겠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27) 지민이는 이미 자기 친구들이랑 연락 끊어버리고 방에 있는 컴퓨터만 하는데 욕이란 욕은 잔뜩 먹고 있었겠지. 오메가 대표 챙년이라던가 김석진이랑 아이가 없는 건 씨없는 수밖이냐는둥 난리가 나는거 보고 저 십팔새키들 입으로 똥을싸네^^ 이러다가 자기집안 들먹이는거보고 컴 강종함. 진짜 내가 이런다고 어른들이 뭘 얻는게 있을까. 하는데 석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자기방에 안가고 2층으로 올라옴. 아예 번호키로 바꾼 방 보고 비웃다가 노크를 함. 지민이가 쓱 돌아보다가 무시하니까 다시 노크하고.

"들리는 것 같으니까 여기에서 말할게. 정확히 일주일 후에 널 안을거야."

28) 지민이가 씨발 개소리하지마!! 하면서 탁상 달력을 집어던짐. 히트사이클 날이 정확하게 일주일 후였음. 입닥치고 가만히 있어줘도 죽이고 싶은 마당에 뭐? 안아? 지민이가 화내면서 짐가방 싸기 시작함. 시발 죽어도 당신이랑 자기 싫댔잖아. 하면서 짐싸들고 나가려니까 김석진이 잡음. 뭐하는 짓이냐면서 뿌리치는데 이번에는 미친듯한 페로몬으로 아예 몸을 못쓰게 만드니까 지민이가 바닥에 엎어져서 눈물을 막 흘림.

"풀으라고 시발새끼야..."
"말 이쁘게해."
"죽여버릴거야."

29) 스트레스를 그동안 너무 받은 탓인지 그 많은 양의 페로몬을 못이기고 정신잃은 지민이가 아무 움직임이 없으니까 석진이가 좀 놀라서 의사부르고 지민이 자기 침대에 눕히겠지. 달려온 의사가 지민이 진찰하고 있는데 석진이는 최근에 들어서야 자기네 집안 사람들이라고 안심하면 안되겠구나 생각해서 지민이 걱정하는 척 옆에서 지키겠지. 의사는 그러는거 옆에서 흐뭇하게 보다가 석진이한테 응원한다고하고. 석진이는 속으로 비웃겠지. 멍청하긴.

30) 석진이는 권력욕은 많지 않음. 하지만 열등감이 좀 있음. 이미 형부터가 완벽한 집안이랑 결혼했고 남부러울것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들어오는 알파집안의 선자리 전부 자기맘에 안들었음. 그래서 잔뜩 화나 있었는데 오메가쪽 최고 집안이라고? 더군다나 이게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서 양쪽 집안에 엄청난 명예라네. 항상 비교하던 부모님때문에라도 해야했음. 상대에게는 미안하지만 자기도 희생하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겉으로만 잘 지내는 척 하고 싶었는데 자기도 애까지 낳을생각은 없었음 그런데 자꾸 집안에서 압박이 심해서 진절머리가 나겠지. 그래서 지민이한테 그런말 했던거고.

31) 지민이는 정신차리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고 2층으로 올라감. 석진이가 경호 명목으로 집주변에 경호원을 쫙 깔아놔서 나갈 수도 없었으니까. 근데 번호키가 자꾸 틀렸다네. 이제 심지어 경보음까지 들리니까 지민이가 욕을 하면서 문 부셔버리려고함. 그 소리에 올라온 석진이가 번호바꿨다고 하니까 지민이가 막 소리치면서 난 당신이 역겨워서죽을 것 같다고 울고.

"나라고 좋은 줄 알아?"
"그래! 당신도 이런거 다 좆같으니까 관두고 각자 갈길 가자고 시발!!"

지민이가 아직 몸상태안좋아서 목 다 쉬어버리는데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음. 영양도 부족하다는 말에 매번 인스턴트 식품 먹느라 그런것같아서 요리라도 해먹일 생각이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소리치고 난리도 아님.

32) 또 쓰러질것같아서 문 열어주는데 지민이가 그대로 들어가서 밥도 안먹고 하루종일 안나옴. 석진이는 기분 좆같아서 사람 불러서 침대에서 놀려고 하는데 벗는 순간 진짜 더 엿같잖아. 그냥 꺼지라고 보내고 혼자 앉아서 벽 쳐다보다가 달력보니까 결혼한 지 반년 정도 지나있었다는 걸 깨달음. 그리고 그날 온 여자가 김석진 사진 몰래 찍어서 인터넷에 올림. 여자 바꿔가면서 자는거 확실하다고. 사람들이 난리가 남.

33) 당연 여자는 소리소문없이 없애버렸고 이미 사진 다 퍼져서 난리났는데 지민이는 새벽에 잠깐 내려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만 하고 석진이는 짜증이 막 솟구치겠지. 그 사진이 김석진 아니라고 할 수도 없을만큼 선명하니까 대사기극이라고 난리나고 집에서 전화오고 실검 1위에 집주변이 막 웅성거림. 이미 커튼이란 커튼은 전부 쳐버리고 박지민 나올때까지 기다리겠지. 밖이 깜깜해지니까 문열고 내려온 지민이가 물 다마셔서 다시 채우려고 내려온건데 어두운 식탁에 앉아있는 김석진 보고 너무 놀라서 물 엎음. 숨막히게 쳐다보고 있던 석진이가 지민이가 무의식적으로 히트사이클 할때되면 흘리는 페로몬을 느끼고 이제 곧 온다는 걸 알게됨. 지민이는 그냥 방으로 들어가겠지. 도대체 왜저러냐는듯 그러는데 오랜만에 폰 켜서 보니까 부재중 수백통에 연락이란 연락은 전부 다 차있고 인터넷은 난리라는거 그제서야 알게됨.

34) 집안망신은 자기가 시키는거라더니 딱 맞는말이었네. 하면서 이제 곧 이 지긋지긋한 꼭두각시 인생도 끝이라고 이혼하면 외국유학 생각하고 있었음. 이 결혼때문에 배우던 공부도 못하고 접어야했으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컸겠지. 그리고 그 이후에 석진이네 친척한테 뺨맞음. 너때문에 지금 우리쪽 피해가 얼마나 크냐고 니가 연기라도 잘 했으면 이런꼴은 안났다고 그러는데 잘못은 김석진이하고 본인이 맞은거잖음. 빡쳐서 뺨 똑같이 치려고 손 올라가려고 하니까 석진이가 뒤에서 손 확 잡아내리더니

"잘못은 제가했는데 왜 애를 때리세요."
"..."
"돌아가세요. 여기 저희집이에요."

35) 문 열어줄때까지 안가신다길래 문 열어드린건데 이러실거면 그냥 가세요. 석진이가 그렇게 나오니까 친척은 씩씩거리다가 그냥 박차고 나감. 석진이는 머리가 아프다는듯이 앉아서 지민이 올라가는 뒷모습 봄. 지민이가 새벽에 나올 때 식탁에 약 올라와있는거 슬쩍 보다가 건들지도 않고 그냥 올라감. 이미 마음 닫힌지 오래였음.

36) 지민이가 아침에 분명 억제제를 먹었음. 근데 저녁부터 좀 이상하더니 히트사이클 찾아온거. 왜!!!! 이러면서 약 찾는데 미리 먹어야되는거라 소용이 없어서 몸 덜덜 떨면서 참음. 감각들이 미친듯이 곤두서서 자기 몸뜨거워져도 정신력으로 버티는데 머리속에서 설마 김석진이 약을 바꾼건가 싶었음. 석진이는 퇴근후에 들어왔는데 입구부터 냄새가 난리났으니까 인상찌푸리면서 으르렁거리겠지. 얘가 약 안먹었나 하면서.

37) 약 바꾼거 석진이네 집안사람이 청소하는 사람 시켜서 그렇게 해놓은거였음. 둘다 각자 1층 2층에서 미친듯한 정신력으로 버티겠지. 석진이는 최근에들어서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괜히 애까지 건들였다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그랬고 지민이는 그냥 싫어서. 오랜만에 겪어보는 히트사이클이라 이제 거의 방문 긁으면서까지 밖에 나가고싶은 욕망을 이겨냈음. 감각이 민감해지면서 석진이가 이 집안에 있다는 사실이 완전 잘 느껴지니까 더 욱신거리고 더 헐떡거리고 자기 몸 때리면서 바닥을 막 기어다니겠지. 새벽이 가까워지니까 식은땀 흘리던 지민이가 탈수와서 쓰러져있는거 그제서야 들어올 수 있게된 석진이가 들어서 다시 옮겨주고 물 먹이고 다 하고 나감.

38) 그러다가 사건이 잠잠해졌음. 사진은 김석진이 맞는데 저거 찍은사람이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저게 진짜 잠자리에서 찍혔다는 증거도 없지 않냐고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하고 거기다 의사가 자기 배우자 그렇게 걱정하던 사람이 그럴 리 없다고 루머라고 떠벌려서 거의 루머처럼 되겠지. 자기가 올렸다고 하는사람도 없으니까. 그래도 그 이후로 두 사람은 공식석상에 나오지않음. 인터뷰에서는 지민이 컨디션도 많이 안좋고 악플에 너무 시달려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고 석진이가 자기도 더이상 공식석상은 못나가겠다고 함.

39) 자기 계획이 실패한 부모님은 석진이를 불러서 그럴거면 아예 새로운 오메가를 들이는 게 어떠냐고 그럼. 그냥 아예 다른 오메가랑 애를 낳아서 지민이 애라고 거짓말 하면 되는거 아니냐는 말에 석진이는 못하겠다고 그냥 집에서 나옴. 막 오메가에 혈안된 사람처럼 눈 번뜩이면서 나쁜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가족들한테 정떨어지고 혐오감까지 들었음. 형은 형수랑 둘이 앉아서 석진이 안쓰럽게 쳐다보고. 그게 오메가랑 결혼하게된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건지 아니면 자기 배우자를 저렇게 하등취급하는데 말리지 못하는 자신들이 미안해서 그러는건지 분간을 못했음.

40) 어느날 갑자기 지민이가 아침에 내려온 적이 있었음. 밖에 안나가고 끼니도 최소한으로 섭취하다 보니까 엄청말라서 계단에서 석진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석진이가 지민이보더니 생각 있으면 아침 해줄테니까 먹고 올라가라고 하겠지. 그냥 안그럴거 알면서도 한 말이었는데 음식 만들고 있다가 식탁의자 끌리는 소리에 놀라서 잠깐 칼질 멈춤. 지민이는 아무말도 없었음. 되게 오랜만에 같은 공간에 벽 없이 보는건데 아무말도 못하고 밥만 먹었음. 그리고 석진이는 회사에서 문득 알게되겠지. 오늘이 결혼1주년이라는거.

41) 같이 추억 하나 없이 벌써 1년이나 지났음. 그동안 안좋은 일만 엄청 많았으니까 가끔 영혼없이 쳐다보는 지민이 생각 어느정도 알고 있었음. 시간만 흐르길 기다리고 있겠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때 쯤, 지민이는 미련없이 떠날거라는 걸 석진이는 알고 있었음. 처음부터 악연이었는데 너무 여러곳에서 시달리다 보니까 알파로써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굳이 오메가가 있어야만 대를 이을 수 있다면 애초부터 오메가랑 결혼을 하지 왜 도구로 써야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동안 불만한번 없고 사춘기도 소리없이 지나갔던 석진이인데 도무지 알수가 없는거임.

42)
- 지민씨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그동안 맘고생 많았는데 이제 둘만의 시간 많이 가지자. 알겠지?

뭐 연예인급 뺨치는 인기니까 석진이는 인터뷰같은걸 안나갈 수도 없었음. 기업 이미지가 달려 있어서. 형은 사업쪽으로 잘 나가고 석진이는 대외적으로 사람들 이목이 집중되게 이끌고 회사 이미지 구축하는데 많이 일을 했음. 지민이랑 같이 출연해달라는 프로그램이 엄청 많은데 지민이 건강 문제로 전부 거절하고. 이제 한층 옅어진 의혹에 집에서는 좀 잠잠했음. 회사에서도 별탈 없으니까 석진이는 거의 혼자 지내듯 집에 들어와서 자기 할일만함.

43) 지민이는 석진이가 없을 때 자주 내려왔음. 한가지 바뀐건 1주년 이후로 석진이가 아침밥을 1인분 더 차려놓는다는거? 지민이는 그거 하루이틀은 그냥 안먹고 지나치다가 일주일째되니까 그냥 말없이 다 먹고 설거지까지 마쳐놓음. 서로 이유는 없었음. 아예 없는사람 취급하다가 이제야 겨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정도? 지민이는 약 사건 이후로 약 엄청 구매해서 이곳저곳에 전부 숨겨놓고 자기가 가지고 다기니도 함.

44) 얼마 후에 형 부부가 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저녁에 초대됐음. 지민이도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냥 혼자감. 왜 안데려왔냐는 말에 그냥 일부러 말 안하고 왔다고 대답하니까  쯧쯧 혀차면서 아니꼽게 쳐다봄. 형 부부는 당연하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대화나누는데 석진이가 무의식적으로 형수 배를 봄 그러지 못할걸 알면서도 그냥 쳐다보게됐었음. 그런데 뒤에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들어오는 소리에 누구지? 하고 쳐다보는데 처음보는 남자애였음.

"거기앉거라."
"...네."

석진이는 지민이랑 오래 같이 있어서그런지 도대체 이남자애가 누구지? 하고 있다가 문득 배를 쳐다봄. 남자애는 배를 감싸안고 앉아있었음.

45) 이제 넌 우리가문의 소유다. 알겠니? 하는 말에 석진이는 떨리는 눈으로 형이랑 형수를 쳐다봄. 둘은 그 남자애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음. 석진이는 자리가 거북해서 고개를 돌리다가 그 남자애를 쳐다봤는데 남자애가 숨을 참고 있는거. 입덧때문에 미치려고 하는걸 알아채고 데리고 일어서니까 석진이가 같이 밥 못먹겠다면서 데리고 나가면 안되냐고 그럼. 그러지말라는 대답도 안하는 가족들 뒤로하고 빠져나오니까 남자애가 그제서야 헛구역질 하면서 화장실로 뛰쳐감. 그대로 버리고 갈 수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애가 나오더니 감사합니다... 하고 눈도 못마주치고 있는거임. 혹시 납치라도 해왔나 싶었는데 물어보니까 어렸을 때 팔려왔다함.

46) 아이가 소중하니? 하고 물어봤음. 근데 남자애가 웃으면서 소중해요. 하고 웃는거. 아직 자기 애를 뺏길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자기도 이 집사람 아니랄까봐 차마 미리 알려주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역겨웠음. 그래서 밥도 먹는 둥 마는둥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감. 그래서 체해서 혼자 소화제먹고 힘들어하겠지. 도대체 왜 내가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이런 건 전부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였을까.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지민이 방 문앞에 계속 서 있었음.

47) 그리고 오랜만에 지민이랑 같이 지민이네집에 감. 지민이가 차 안에서 아무말이 없다가 집 대문 보이자마자 계속 소리없이 우는거. 석진이는 말없이 지민이가 집에들어가는거 뒷모습 보다가 뒤늦게 들어가니까 지민이는 울면서 엄마한테 안겨있고 아빠랑 형제들은 떠나가라 우는 지민이 차마 너무 미안해서 못쳐다보다가 뒤따라들어오는석진이보고 눈빛부터 달라짐. 지민이만 오면 될일을 왜 같이왔냐고 그러는데 석진이는 말 없이 인사하고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 다시 돌아감. 사실 지민이네 집안사람들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가 없었음. 이유는 그날 남자애를 본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서.

48) 석진이랑 지민이는 전처럼 싸우지도 않고 그냥 말도 안한채로 소강상태마냥 지냄. 가끔 지민이한테 자기집안사람이 찾아와서 욕하는데 그건자기선에서 정리해서 보냄. 그냥 자기 집안이 지민이때문에 다른집안에 조롱거리가되었다는 이유였음. 왜냐면 일반인들이 보면 둘은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기업쪽에서는 그렇게 자랑할거리도 아니고 오히려 놀려먹을 때 그런 말을 함. 집안에 오메가 냄새가 가득가득하다면서 무시하기도 하니까 엄청 화가나는거지. 석진이가 오메가랑 결혼하니까 평소에 눈도못마주치던 것들이 서로 귓속말 나누면서 비웃으니까.

49) 지민이 아버지의 정계진출이 잘 됐음. 그리고 석진이네 회사도 상승해서성장률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음. 그리고 그 둘은 더욱이 같이 있을 이유가 사라지겠지. 어짜피 이제 사람들 관심은 줄어들었고 2년을 거의 채워가는 기간동안 석진이가 집안에서 봤던 남자애가 배가 남산만해져 있었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데 건강한 애를 가지려면 운동하라고 하는 바람에 뒷산에서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는걸 발견하고 다가감. 안면이 있는 사이라서 석진이가 애한테 밖에 나간 적 없냐고 물어보니까 끄덕거림.

"밖에 나가볼래?"
"그래도 돼요?"
"그래."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냥 안쓰러운것도 있고 무엇보다 지민이랑 닮았잖아.

50) 석진이는 애를 몰래 태워서 자기 집으로 감. 창밖으로 보이는 빌딩이랑 아파트보면서 엄청 신기해하니까 오히려 석진이쪽이 더 신기함. 집에 데려오니까 여기가 도련님 집이냐고 신기하다는듯 돌아다님. 그런데 1층에 다른사람 목소리가 들리니까 이상하겠지. 최근에는 들은적 없는데 뭐지? 하고 1층으로 내려가니까 석진이랑 만삭인 남자애가 나란히 서 있어서 지민이는 헛웃음을 치겠지.

"안녕하세요!"
"아, 이제는 바깥에서 애를 데려오겠다?"
"..."
"역겨우니까 작작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거야 진짜. 더럽게."

51) 지민이가 더럽다고 하니까 놀라서 눈물 고인 애가 뒷걸음질침. 뒤에서 잡은 석진이가 오해해서 저러는거라고 하고 애 밖으로 내보냄.

"너랑 대화나눌 가치가 없다."

석진이는 한마디 딱 하고 그대로 나감. 지민이는 아무도 없는 거실에 서서 둘이 빠져나간 문을 계속 쳐다봄. 갑자기 욱한 것도 있는데 대부분 갑자기 와서는 우리 애 낳아줄 사람이야. 이러는 상황인거 맞잖아. 자기도 오메가인 마당에 알파집안처럼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기 싫어서 그랬음. 비슷한 처지의 사람인것같아서 자기가 너무 심한건가 싶어 따라나서는데 석진이가 애 달래주는거보고 아닌가 싶겠지. 아닌가. 저사람, 진짜 좋아해서 데려온건가? 나보고 나가라고.

52) 그리고 그 다음날 석진이네 집안 난리남. 오메가가 사라졌다는 소리 듣고 도대체 집안 경호를 어떻게하냐고 빨리 잡아오라고 시켰는데 아무도 못찾음. 왜냐면 석진이가 작정하고 숨겨줬거든. 최소 4,5년은 죽은 듯 살라고 해외까지 보내버린터라 국내에 있을 리가 없었음. 석진은 자기랑 상관 없는 척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지내겠지. 기껏 다 키운 오메가를 잃어버렸으니 형이랑 형수는 힘들겠지만 석진은 차라리 이 편이 더 나았음. 그리고 넌덜머리가 나겠지. 이런 생활을 평생 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끝내고싶다. 누군가는 있지만 외로운 집에서 석진은 혼자 생활하고 혼자 2인분의 밥을 하면서 2층에서 잠깐 멍때리고 있다가 문득 새벽에 참고 참았던 말을 하겠지.

"박지민. 그만하자."

53) 지민은 못들을 리가 없었음. 새벽을 틈타 먹을걸 가져오려고 문 앞에 있었단말임. 그런데 갑자기 석진이가 갑자기 그런말을 하니까 그동안 바래왔던 결과였음에도불구하고 하나도 기쁘지 않고 그냥 무덤덤했음. 진짜, 김석진이 그만하자고 먼저 한건가? 지민이는 석진이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 턱이 없고. 그날 아침에 석진이가 전부 챙겨서 본가로 돌아갔다는 걸 빈자리를 보고 알았겠지. 그리고 얼결에 본인을 데리러온 가족들로 인해 다시 본가로 돌아갔음. 사실은 지민이는 가족들이랑 떨어져지낸동안 엄마를제외하고 다 어색해져서 집에 있기만하고 대외활동을 안함. 아직 이혼기사가 안떠서그런지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 천지일것같고 그러니까 지민이는 부모님들한테 먼저 유학 얘길 꺼낼것같다. 거기에서 자리잡으면 다신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건으로. 이미 지민이의 희생에 얻은 게 많았기 때문에 반대할 수가 없었음. 지쳐보였고 여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보였기 때문에.

54) 석진은 결혼 4년정도가 되었을 때 이혼 보도를 내기로 하고 지냄. 어짜피 석진이 다시 누군가와 결혼할 수 있을 지 미지수였음. 이미 오메가와 결혼한 사람을 어느 가문에서 받아주겠음. 석진도 원하지 않은 결혼을 2번은 억지로하기 싫었으니까 그냥 아내가 하고싶어하는 공부를 위해 잠시 떨어져지내는거라고 이혼설을 부인했음. 집에서는 물론 노발대발하면서 도대체 결혼 생활을 얼마나 쓰레기처럼 하면 이꼴이 나냐면서 하루건너 하루를 석진이한테 따지려 들었고 석진이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냥 따로 나가서 살겠지.

55) 지민이는 자기가 하고싶은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감.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어쩌다 가끔 있었지만 외국은 비교적 알파와 오메가의 구분이 모호하고 오히려 향을 없애주는 연구까지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엄청 흥미있어하겠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이 겪으면서 서서히 한국에서 있었던 지옥같은 결혼생활을 잊어감. 아예 생각나지 않은 건 아님. 가끔 석진이를 닮은 동양인이 지나가거나 알파와 오메가의 결혼식에 참여할때 한껏 축하해주면서도 과거가 어렴풋 생각나는거지.

56) 그러다 지인이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지민이가 한국에서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결혼한 커플이었다는걸 알게되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지민이한테 남편이 있었냐는듯이 말함. 지민이는 당황해서 어버버버리다가 해명할 기회를 놓치고 사람들이 결혼생활은 어떠냐고 공부하러 온다고 했을 때 배우자가 외로워하지 않았냐고 계속 물어보겠지. 이혼 예정이라고 초를 치기에도 뭐하고 그거때문에 부쩍 석진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좀 많아짐. 첫만남부터 좋지 않았지만 석진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지는 걸 보고 좀 가슴이 꽁깃했던 건 사실임. 뒤질때까지 안하무인일것같던 사람이 돌연 모든게 지쳤다는듯이 지민이를 그냥 놔버리니까 오히려 이쪽에서 당황하던 기억이있으니까. 사실 조금은 석진이가 어떻게 살까 궁금함.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맞지만 이제 거의 휴지조각에 불과한걸.

57) 지민이가 잠깐 한국에 들어와있어야 했음. 이혼절차를 밟으려면 숙려기간이 존재하는데 그 기간동안 있다가 전부 마무리가 되면 지민이는 아예 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음. 그래서 거의 2년만에 석진이를 다시 만나야 하는데 겁나 떨리는거. 그땐 무슨정신으로 마주보고 밥을 먹었었나 싶고. 딱 한번이지만 그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먹는거 다 토할것같고 그러겠지.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다리 덜덜 떨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발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음. 격식차린 옷을 입은 지민이랑 같이 정장차림의 석진이가 자리에 앉는데 너무 새롭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될지 모르겠고 난리가 나는거.

58)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랜만이야."

옛날과는 완전히 다른 석진이의 태도에 지민이는 오히려 당황해서 입 꾹 다물고 테이블만 쳐다봄. 석진이도 마찬가지로 무슨 말부터 꺼내야될지 모르겠는데 옛날에는 지민이가 너무 밉다가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응어리짐은 거의 다 풀리고 이왕 한 결혼인데 마지막은 좀 괜찮게 끝내고싶은 마음이 커서 어색한거 꾹꾹 눌러 참고 지민이한테 물어봄. 잘 지냈냐고.

지민이는 바보처럼 고개만크게 끄덕이는데 뭔가 석진이를 보면 안될것같은 기분이 막 들었음. 석진이는 아직도 자길 싫어하는건가 싶다가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식사는 할거냐고 물어봄. 하겠다고 대답하겠지.

59) 엄청 낯가리는 지민이랑 무덤덤한 척 하지만 사실 속이 시끄러운 석진이는 말 없이 밥을 먹다가 석진이가 문득 기억이 났다는듯 이혼 얘기를 꺼내니까 숙연해짐. 우리가 이런 악연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친한 형동생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사실 난 그렇게 생각 안해. 우리집에서는 분명 널 멀리하라고 했을테니까. 난 정해진 알파가문과 결혼했을거고. 석진이가 체념하듯이 말함. 아직 계급을 나누는게 심한 곳도 있지만 우리들때문에 많이 달라진 사람들도 많겠지? 지민이는 듣고만 있음. 그리고 잘 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혼이 시작되었음. 그리고 순식간에 누가 알아낸건지 모르겠지만 이혼기사가 터짐.

60) 잘잘못을 떠나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비난에 견디지 못했던 지민이가 유학을 하면서 치유하는듯 했지만 부부사이가 소원해져서 이혼을 하게되었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가면서 보도를 냈는데 알파출신의 기자는 석진이를 질 나쁜 오메가에게 팔려간 희생양이라는식으로 기사를 썼고 오메가출신의 기자는 역시 알파는 알파였다. 얼마나 집안이 견디기 힘들정도로 압박을 줬으면 유학까지 생각했냐는듯한 기사를 썼음. 남은건 시간이었음.

61) 석진이는 그것대로 스트레스받겠지. 직장에서도 눈초리가 뜨거웠으니까. 이젠 알파들이 석진이한테 자기한테오라는식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하니까 석진이는 철벽치다가 빡이쳐서 그만하고 꺼지라는 늬앙스로 페로몬으로 잡아짓누름. 차라리 영원히 혼자이고 싶은게 간절해지기는 처음이었음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서류상으로 이혼절차가 마무리되고 다시 해외로 돌아가서 두번다시 올 일 없을거라는 지민이 소식에 씁쓸한걸 감출수가 없었음. 그래도 사이는 많이 호전된것같아서 석진이가 먼저 나가기 전에 밥이라도 한 번 더 먹자고 했음. 지민이는 잠시 머무를거라 본가말고 다른곳 얻어서 있었는데 하필이면 석진이랑 약속한 날에 힛싸와서 연락도 못하고 방문잡고 끙끙 앓다가 그날 못나가고 미리 예약해둔 비행기 겨우잡고 가버리겠지.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할걸 너무 후회되지만 이제 더이상 안볼 사이라는게 너무 커서 지민이는 우물쭈물하다가 흐지부지 사과도 못하고 그곳에서 막 자리잡은 참이라 바빠서 연락도 못함. 못했다기보다 안한게 더 맞지.

62) 석진이는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는 지민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계속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는데 레스토랑 폐점시간까지 연락한 번 없는 지민이때문에 난리가 났었음. 지금 사는 집도 모르겠고 그렇다고해서 본가에 찾아가 지민이어디있냐 물어보는것도 뭣해서 그냥 복잡하고 피곤한 몸 이끌고 집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셔츠에 정장바지 차림으로 풀썩 누워서 한참 있겠지. 최근 자기가 후회를 하는걸까? 자기가 먼저 그만하자고 했는데도불구하고 이러고 있는게 너무 청승맞고 집안에서는 새로운 오메가를 데려와 아예 감금하듯이 다시 아이를 만들거라고 준비중이고. 자기가 저지른 모든 일들이 더 크게 돌아오는 것 같아 뭘 먼저 시작하려고 해도 겁이 덜컥 생겨버려서 아무것도 못하고있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음. 처음엔 나름 반항이었고 오기였다가 체념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될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음.

63) 혼자 지내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모든걸 하면서 왜 항상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는지 모르겠음. 석진이는 사는것도 아니게 껍데기뿐인 본인을 이끌고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음. 오메가들쪽의 서열은 거의 없는 반면에 알파들은 더 강력한 페로몬을 지닌 자일수록 지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는데 석진이가 특히 심했음. 그래서 거의 아무도 건들 수가 없었는데 석진이도 집안은 못이기겠지. 새로운 알파 신부를 찾아주겠다면서 다시 물색하기 시작했고 석진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가 알아서 나가떨어지도록 만들어서 부모님은 도대체 애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냐고 너 그 오메가때문에 이상해진거냐고 몰아붙이니까 참다참다 터져서 내가 제일 돌아버리겠는건 집안사람들이 죄다 정신이 나가서 나쁜 짓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가장 남들보다 고귀한 척은 있는 대로 다 한다고 소리지름. 듣던 아버지가 석진이 뺨 한대 치고 집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한마디도 못했음.

64) 사실 오메가들이 부러운거잖아요. 우리는 오메가덕분에 겨우 후손을 남기는거고 우리끼리는 잉태도 못하는 열성인자라는걸 인정하고싶지 않은거잖아요. 석진이는 원망스럽다는듯이 가족들 차례대로 보다가 그냥 밖으로 나가버림. 형은 고개도 못들고 한숨만 쉬고 아버지는 아주 운동가 납셨다면서 다시는 집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저놈한테 이제 지원같은거 할 생각도 없다고 열만내고있음. 어머니는 뒤에서 말없이 보고만있고.

65) 지민이는 주말에 공원에서 책읽으면서 쉬고 있었음. 오랜만에 쉬는거라 친구들이 죄다 너는 너무 급하게 사는것 같다. 그러다가 슬럼프가 오면 겉잡을 수 없다고 휴식을 좀 취하라고 해서 오늘 맘잡고 놀러나옴.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애들 떠드는 소리조차도 평화로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앉아있는 지민이 등을 누가 툭툭 치는거. 여기에 아는 사람이 왔나 싶어서 뒤를 휙 돌아봤는데 그때 석진이가 데려왔던 오메가가 있는거. 한손에는 이제막 걷기시작한 애를 데리고 있었는데 지민이가 얼굴이 확 찌푸려졌음. 설마 석진이 애인가 싶어서 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고맙다고 그러는거. 그래서 영문도 모르고 놀라있는데 석진씨아니었으면 우리 애도 뺏기고 버려질뻔했었다고. 원래 자기는 석진이 형 아이를 낳을 사람이었는데 석진이가 비행기티켓을 주면서 아이랑 차별받지않고 살으라고 보내줬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그러니까 지민이는 눈도 못마주치고 몸둘바를 몰라하다가 사과했겠지. 자기가 오해하고 함부로 말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66) "그럼 얼마전에..."
"서류상으로 아예 끝낸건 얼마 안됐지만 사실 여기 온지 이제 거의 3년 되어가요."
"그러셨구나..."

잔디밭에 뛰어다니는 아이를 눈으로 쫓는 걸 쳐다보다가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사실 뒤늦게 미안해했으니까. 그건 불안함이었을까. 정말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너같은건 이제 더이상 필요없다고 할까봐 그게 두려워서 먼저 가시를 세웠던걸까.

오메가는 지민이한테 혹시 석진이 연락처 알고있으면부탁좀드린다고해서 연락처 주고 사실 연락처라도받고 떠나려고 했는데 너무 급하게 도망치듯 떠나는 바람에 물어보지도 못했다고 엄청 아쉬워함.

67) 사실 자기집은 알파집안이었다고함. 돌연변이로 오메가로 태어나 바로 버려지듯 다른 집안에 팔려가버렸고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이름조차 없었음. 지민이야 영향력있는 집안 사람이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반대로 열살이 되어서야 뒤늦게 석진이네 집안 사람들에 의해 이름이 생기고 하면서 자기는 이 집안사람이 되는줄 알았음. 하지만 억지로 자려는 형 때문에 잘못됐다는 건 깨달았는데 도망칠까 괴로워하다가 이미 애를 가졌고 그냥 여기서 조용히 키우자는 생각이었는데 애는 무슨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채로 버려질 예정이었음. 석진이가 비행기 티켓이랑 같이 돈을 조금 쥐어줘서 집도 어느정도 구하고 직장도 생겨서 자기는 우리둘의 생명의 은인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지민이 표정이 어두운거 보고 자기가 눈치도 없이 말했다면서 미안하다고함. 지민이는 집안사람들이랑 똑같을줄 알았던 석진이가 다른 모습이었다는 거에 조금 생각이 많아졌지만 이미 끝난 사이인데여기서 뭘 어쩌겠음. 아, 그런 사람이었구나 할 수밖에.

68) 다행히도 둘은 좋은 친구가 되었음. 나이는 지민이가 좀 더 많은데 그냥 이름부르면서 대화하니까 딱히 상관은 없었고 가끔 애를 대신봐주거나 서로 돕고 지내자는 식으로 집에도 자주 놀러감. 서류상 이름은 문하였음. 문하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지민이는 이제 겨우 회사에 자리잡고 일하기 시작한 회사원이었음. 그래서 접점은 없는데 둘다 오지게 힘들다는거? 그래서 가끔 지민이가 아플때 문하가 와서 밥해주고 간호해주고 서로 힛싸왔을태 챙겨주니까 지민이는 이만큼 든든할수는 없다고 좋아하고 문하는 휴일에 대신 애랑 놀아주는 지민이 덕분에 집안일할수있어서 엄청 행복해함. 문하는 아직도 집안사람들이 자길 찾고있을까봐 불안해하고 지민이는 좋은 기억같은게 없어서 그냥 둘은 한국에대한 얘기는 잘 안꺼냄. 둘다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지만 이제서야 잘 지내게되었는걸. 그리고 어떤 인연으로 만났는지도 딱히 생각하고싶어하지않았음.

69) 문하가 최근에 애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민이가 문하네집에 자주 안감. 방해하기도 싫고 너무 행복해보여서. 사실 회사에서 호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민이는 뭔가 꺼려져서 거절했고 지금은 쿨하게 동료로써 잘 지내고 있음.  그날 그렇게 연락도없이 바람맞히고 그대로 외국으로 들어온 자기가 석진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나쁜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혹시 어떻게 지내냐 물어볼 자격도 없었음. 뒤늦게 관심이 생긴건가? 싶다가 애써 부정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려고 노력하겠지. 밖에서 자주 놀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했는데도 그닥 감흥이 없어서 금방 식어버렸지만. 자기가 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애정공세하는 사람이 생겼음.

70) 문하는 석진이를 되게 좋아하니까 말을 못꺼냈음. 그러다가 지민이네 집에 놀러온 문하가 지민이한테 직접 선물주러 찾아온 남자를 보고 이제 형도 행복해지는거냐면서 좋아하긴 했지만 어딘가모르게 석진이 생각이 자꾸 나서 마냥 밝지는 못했음. 그때 당시에 봤던 석진이는 너무 지치고 슬퍼보여서 최근에 석진이랑 연락이 닿아서 자기는 잘 지내고 있다고 아이랑 같이찍은 사진 보내줬는데 석진이는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라는 말 외에는 딱히 아무말이 없었음. 그래서 문하가 먼저 여기서 우연하게 지민이형을 만났다는 말을 했는데 석진이가 며칠 답장이 없다가 잘 지내냐는 답장만 왔음. 거기다대고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고 그냥 형은 여기서 잘 지낸다는 답만 해줬음. 괜한말 꺼낸건가 싶다가 그냥 모르겠다-하면서 넘겨버림.

71) 문하가 진짜 미안한데 애인이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면서 애좀 봐달라고 급하게 연락해오는바람에 지민이는 주말에 잠깐 문하네 집에서 애랑 놀아주고 있었음. 그런데 누가 갑자기 초인종을 미친듯이 눌러대서 뭐지? 문하가 돌아왔을리가 없는데; 하고 나갔는데 이게 뭔 상황. 석진이네 형이 버티고 서있는거. 분명히 결혼식때 본적도 있고 따로 몇번 더 본적 있으니까 알아보고 여긴 어떻게 오셨냐고 물어보니까 너희 둘이 짜고 애 빼돌린거냐고 막 따지길래 무슨 소리냐고 왜이러냐고 그러는데 우는 애 데려가려고 하길래 미친거냐고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내쫓음. 시끄럽길래 옆집에서 나와서 지민이보고 괜찮냐고 저사람 아는사람 아니면 자기가 신고해주겠다고해서 괜찮다고 하고 애 놀라서 우는거 달래면서 문하한테 연락함. 지금 집에 석진이네 형이 찾아왔다면서.

71) 문하는 애인 수술경과 지켜보고 있다가 급하게 와서 어떻게 알아낸건지 모르겠다면서 자기 빨리 다시 잡으러오기전에 떠나야된다고 짐챙기기 시작함. 지민이는 혼자 온것같다고 일단 진정하고 자기가 알아볼테니까 걱정하지말라고 석진이한테 연락하는데 석진이도 형 출국했다는말에 빡쳐서 자기도 비행기타고 오는 중이라 연락 못받음. 지민이는 답답해서 일단 오늘은 자기집 가자고 둘 데리고 집으로감. 아무리 그래도 자기 핏줄이라 계속 찾고있었는지 해외에서 이렇게 직접 찾으러올줄은 몰랐음. 석진이가 말해줬을 리가 없고 아무래도 본인이 알아낸것같음. 문하는 그사람이 자기한테 한게 있으니까 벌벌떨고 새벽에 불안해서 잠도 못자는거보면서 해줄수있는게 없어 미안해하고 자기가 지켜주겠다고는 했는데 어떻게될지를 몰라서 미치겠지.

72) 석진이한테 연락온거는 좀 지나서였음. 형이 줄곧 찾고있었는데 이렇게 찾을줄은 몰라서 뒤늦게 따라왔다고 혹시 불안해하고 있지는 않냐고해서 지민이는 새벽내내 울고 힘들어하다가 이제겨우 잠들었다고 괜찮으면 여기로 오지않겠냐고해서 주소 알려주겠지. 근데 석진이가 여기로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괜히 긴장하고 기분이상하고 석진이한테 그날일은 내가 사정이 있어서 못나갔다고 미안하단말도 못하고 가서 정말 면목이 없다는 말을 해줘야되는데 그게 잘 될까 모르겠어서 불안해함. 두어시간 후에 누가 초인종 눌러서 놀라 일어나는 문하 진정시키고 문여는데 많이 마른 석진이가 깊어진 눈매 하면서 지민이 내려다보겠지. 원래 부드러운 인상이 강했는데 살빠지고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좀더 사람이 무거워져있으니까 속으로 헉 놀라면서도 애써 눈 피하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석진이는 말 없이 지민이네집에 따라들어옴. 그래도 오면서 집안에서 지원을 많이 받아 집이 넓었음. 지민이는 괜히 입술을 깨물면서 뭐 마실거냐고 물어보는데 석진이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음. 어제 형 혼자 찾아왔냐고 그러는데 지민이는 그렇다고. 혹시 몰라서 여기로 데려왔다고함.

73) 석진이는 혼자 잘 지냈냐고 물어보는데 순간 자기한테 말하는줄 알고 고개 휙 돌리는데 자기한테 등돌리고 문하를 보면서 얘기하는 석진이를 보고 다시 고개를 돌림. 민망하다기보다는 뭔가 기분이 좋지않아서.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있는데 석진이쪽도 문하 때문에 왔지만 지민이가 그날 자기한테 했던 행동은 확실히 석진이쪽이 먼저 화를 내도 할말없던 행동이었으니까 아직까지 좀 마주하기가 그랬음. 지민이도 그걸 모르는게 아니니까 말도 잘 안걸었고 문하 애 자는거 알수없는 표정으로 지긋이 바라보는거 옆에서 지켜봄. 옆에있어도 되게 멀어진것겉아서 입술만 계속 깨물게되는데 석진이가 문하랑만 둘이 얘기할게 있다고 해서 지민이가 알았다고 방으로들어감. 들어가면서도 좀 서운하고 안좋고 그러겠지.

74) 석진이는 문하한테 너 떠나고 나서 새로 오메가가 들어왔었는데 형수가 먼저 자긴 이런식으로 남편 뺏기는 기분 두번은 느끼기 싫다면서 먼저 떠났다고 함. 형도 아무말 못하고 떠나는대로 내버려두고 괴로워하다가 널 찾기 시작했다고 함. 국내에는 아무리 찾아도 못찾다가 해외로 눈을 돌렸는데 레스토랑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이랑 이름으로 알아냈다고. 얼마전에 일반 직원에서 직급이 올라가서 업로드된 사진 탓이었음. 그걸로 집도 알아낸거고 석진이도 뒤늦게 왔지만 자기가 형 데리고 다시 갈거니까 너무 불안해하지도말고 미안해했다고 빨리 데려간다고 함. 문하는 아무말도 없다가 고개들고 석진이한테 물어봄. 혹시 나에대해서 말한건 없냐고. 석진이는 이상하다 싶어서 혹시 둘이 무슨 일 있냐고 함.

사실 형은 결혼하기 무척이나 싫어했다고 함. 그래도 집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결혼했는데 왜 자기 아이를 가지게될 너랑은 결혼하지 못할까. 자기 동생은 적어도 둘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 인생이 될 수 있는데. 하면서 엄청 힘들어했다고 하는데 석진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있던 형이 그런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몰랐음.

75) 정말 형제가 쌍으로 왜이러냐...하면서 석진이가 슬프게 웃음. 문하는 계속 석진이 쳐다보다가 문득 혹시 지민이형 아직도 좋아하고 있냐고 물어봄. 석진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지민이한테 이제 나오라고 말하러 방문 두드림. 문하는 맞구나 싶어서 어떡하나 돌아버릴지경임. 지민이는 최근에들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생긴걸 알고있으니까 석진이가 그걸 알게되면 어떤 반응을 할지 그걸미리 못알려주는 자기가 답답하고 괜히 끼어들면 기분나빠할까봐서. 석진이는 자기가 연락해서 만날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나가려고함. 지민이가 우물쭈물 거리다가 석진이한테 잠깐만 할얘기가 있다면서 밖으로좀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는데 석진이는 말없이 지민이보다가 알겠다고 먼저 나가있겠다고함.

76) "그날은 내가...사정이 있어서 못나갔는데 말도 안하고 그렇게 떠나서 미안해요."
"..."
"뒤늦게 사과하려고 했는데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니가 무슨일 생긴줄 알았어."

지민이는 놀라서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데 석진이가 자길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까 숨이 턱턱막히고 괜히 눈 굴리게되고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수가없는거. 늦었지만 정말 미안하다고 하는데 석진이가 이제 마음에 담아두지 마. 하고 지민이 머리 한번 툭. 쓰다듬고 가는데 지민이는 그 감각이 머리에 계속 남아있어서 그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괜히 자기머리 문지르고 서 있다가 지나가던 행인이 무슨일있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놀라서 아무일없다고 집에 들어가겠지.

77) 석진이네형은 어제 자기가 너무 흥분해서 그런건데 문하랑 둘이서만 제발 얘기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니까 지민이는 문하한테 니가 싫으면 얼마든지 싫다고 하라고 그리고 대화나누게되어도 넌 절대 죄인도 아니고 당당하게 굴어. 알겠지? 하고 결정 기다림. 문하는 계속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자기가 일하는 레스토랑 앞에있는 작은 카페에 오라고 했음. 그동안 너무 불안해하니까 지민이는 달래주려고 노력하고 석진이는 석진이대로 형한테 왜 그럼 지금까지 자기 의사는 상관없이 가만히 있었냐고 대화함. 사실 둘은 어렸을때부터 그래야만하는줄알고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그런건데 결과는 둘다 이렇게되어버렸고 사실 집안원망 엄청 많이했음. 어떻게든 거스를 수 없을 집안분위기와 기대를 부응하려면 무슨짓이라도 해야했던 그런 경쟁적인 집안. 석진이는 형한테 이제 후회할짓은 그만하자고. 우리 충분히 집안 도움 없이도 살 만큼 자랐고 자기사람 지키려고 이만큼 배운거 아니겠냐고 하면서 자긴 이제 절대로 후회할짓은 안한다고함. 형은 미안하다면서 고개 끄덕이고.

78) "지민. 이사람은 누구야?"

하필이면 지민이한테 주기적으로 좋아한다고 찾아오던 남자가 석진이랑 같이있는 자기를 보고 다가옴. 지민이는 어떻게 대답할지를 몰라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석진이도 한숨 푹 내쉬더니 영어로 전남편이라고. 잠깐 만나서 얘기할게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잠깐 당황하다가 지민이가 맞다고 미안한데 이사람이랑 할말이 있다고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그냥 사라짐. 지민이는 괜히 한숨쉬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석진이는 문하 약속장소에 데려다주고 지민이랑 잠깐 할말이 있어서 찾아온거라 괜찮으면 어디 가서 대화하자고 함. 지민이는 안그래도 많이 바뀐 석진이땜에 좀 기분 꽁깃하고 이상한 참이었는데 그건 석진이도 오랜만에 만나서 뭔가 하고싶은말이 엄청 많음. 가장 궁금한건 방금전에 왔던 남자랑 무슨 사이인지.

79) 지민이는 석진이가 그사람 누구냐고 물어오니까 당황해서 어...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했음. 그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는건 맞는데 지민이가 아직 그사람을 생각해본적은 없는게 맞으니까. 석진이는 아 그렇구나. 하고 말이 없다가 잘 지냈냐고 물어봄. 지민이는 뭐, 회사다니느라 바빠서 그렇지 나름 지낸다고 대답하고. 되게 어색해하면서도 둘이 할 말은 다 함. 그러다가 문하 돌아왔다는 소리에 지민이가 어색함을 떨쳐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석진이가 갑자기 팔을 확 잡아옴. 놀라서 왜,왜요? 하니까 석진이도 자기가 충동적으로 한거라 혼란스러워하다가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 없냐고 물어봄. 지민이는 여기서 직장생활하고 이제 자리도 어느정도 잡아서 아마도... 하고 변명하지만 석진이가 왜 물어봤는지 늬앙스로 알 것 같았음. 지민이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것 같았으니까. 지민이는 훅 들어오는 석진이의 관심에 어떻게 말도 못하고 떨쳐내듯이 석진이를 두고 가는데 집에 돌아와서 엄청 혼란스러워하겠지. 왜이러지, 왜이러지 하면서.

80) 석진이네 형은 문하가 애를 어느정도 키웠고 지금 애인도 결혼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그럼 주기적으로 애라도 보게해주면 안되냐고 많은거 안바란다고 그럼. 문하는 생각해본다고는 했지만 애가 과연 자기 아빠를 온전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엄청 고민하고 있는데 지민이는 지민이대로 석진이가 미련이있다는 표정으로 있으니까 자기도 덩달아 마음이 이상해서 계속 고민함. 상처도 받을대로 다 받았고 이제 미련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생각뿐이었는지 석진이를 보자마자 계속 흔들린건 인정해야했음. 그래도 이제와서 좋아하는것까지 인정하고 다시 만나기에는 너무많은 시간이 흘렀고 석진이랑 지민이가 이혼한거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아는데 다시 재결합했다고 또 이목끄는것도 싫고 그쪽집안사람들이 또 자기한테 나쁘게대하는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다시 되돌아가기가 꺼려졌음. 그리고 석진이를 아직까지는 좋다고 딱 바로 그렇다고 할수도없으니까.

81) 헤어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지민이의 말에 문하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물론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다시 사랑이 싹트는 경우도 있죠. 하는데 지민이는 애초부터 사랑한 적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그런 감정이 생긴거니까 그렇게 시원한 답변이 안되겠지. 그래도 그사람들은 다시 헤어진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는거라고 하는데 지민이는 그 얘기를 듣다가 한숨쉼. 석진이가 이틀 뒤에 다시 돌아간다는데 그때말고는 이제 영영 못볼것같단말이야. 오랫동안 연락하지않고 지냈지만 신기하게 사람이 갑자기 훅 치고들어오는거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쉽게 무너져버려서 계속 보고싶고 떠나지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도 그게 이기적이라는거 잘 알고 있음. 석진이는 석진이대로 한국에서 자리잡고 있는데 이기적인 마음에 떠나지말라고하면 누가 안떠나겠음.

82) 석진이는 석진이대로 자기가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 둘 사이에 원래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흐지부지 다시는 안만날것같아서 그러고싶지 않았음. 계속해서 만나고싶고 솔직히 그동안 안좋았던 기억들 전부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잠시 잊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음. 회사에도 급하게 집안 권력남용하면서 휴가내고 온거라 돌아가야되는데 더 만나고 싶어도 명분이 없어서 그대로 시간만 보내다가 돌아가버릴 판이었음. 그런데 이번에는 지민이가 먼저 혹시 저녁에 시간 있냐고 물어왔음. 그래서 저녁약속 잡았는데 사실상 그날이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했겠지. 둘이 소소한 얘기 하다가 문득 거의 5년 전 처음 만났을때가 생각나서 말이 없어졌는데 그때생각하면 서로가 오기에 불타서 어딜 물어뜯어버릴까 궁리만 했단 말임? 당연히 5년후 지금 서로 마주보면서 좋은 감정 가지고 있는 게 말이 안될정도로 엄청 싸우고 웃고 분노하고 난리쳤는데 아예 다른 나라에서 살게되고 이렇게 우연하게 만나서 흔들리게되기까지 엄청 많은 시간이 흘렀음. 석진이는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지민이는 어른스러움이 느껴지게되니까 어른 대 어른으로 만나는것같은 기분이었음.

83) 지민이가 차를 몰고 석진이가 조수석에 앉아있는데 본의아니게 잠시 묵고있는 호텔에 데려다주게되어서 안까지 들어갈 일이 없는 지민이가 잠시 길 앞에 주차하고 도착했다고 알려주는데 석진이가 신경도 너무 많이 쓰고 형 찾으러 잠도 안자고 날아온터라 피곤함이 너무 많이 쌓여서 잠들어있었음. 지민이는 그냥 어색하기도 해서 아무말도 안하고 운전만 했는데 자는줄은 모르고있다가 당황해서 깨울생각도 못하고 좀 기다렸다가 안일어나면 깨우자싶어서 잠시 쳐다보기만함. 형이랑 닮은것같으면서도 아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는 모습 보니까 어떻게 아무 움직임도 없이 죽은듯이 자나 싶어서 괜히 웃김. 숨죽이고 웃고 있는데 석진이가 스르륵 눈을 뜸. 지민이는 아래 쳐다보다가 석진이 일어난줄도 모르고 올려다보는데 석진이가 말없이 지민이 쳐다보다가 뒷목그러잡고 입부터 맞춰오겠지. 지민이는 놀라서 뻣뻣하게 굳다가 부들부들 떨면서 목에 팔 둘러버림. 좋다는 표시에 석진이가 머리 쓰다듬어주고 지민이 우는거 눈물도 닦아주고 그러는데 자세가 불편해서 그마저도 오래 못해주고 낑낑거리다가 둘이 웃음터져서 부끄러운 마음에 각자 바깥 쳐다보면서 막 웃음.

84) 우리가 그냥 만났더라면 친한 형동생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했던거 취소할게. 그냥 만났어도 난 너 좋아했을것같아. 그래서 결국에는 너한테 갔을거고 지금도 그럴거야. 하는 말에 지민이는 외국이라고 그렇게 느끼한말 하는거냐면서 툭툭 밀음. 아예 헤어지기 전에 미리 먼저 알아챘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힘들었을거고. 사실 둘은 거꾸로된 만남이었지만 이제 새롭게 천천히 만나기 시작하고 싶었음. 그래서 서로는 모든걸 버리고 자기한테 오라고 할수 없었고 그대로 석진이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그날부터 하루가멀다하고 통화요금 폭탄먹을 작정으로 주구장창 전화함. 잠들기직전까지 전화해대서 문하가 그거보고 고개 절레절레 하고 완전 장거리연애를 하는 둘인데 결국에는 석진이가 해외지사로 보내달라고 미친듯이 어필해서 오긴 했는데 지민이네랑 차로 거의 왕복 4시간 거리라 미치려고함. 그래서 주말밖에 시간을 못보내는데 나라가 다른것보다는 낫다고 합리화함. 그러나 눈물이 흐르죠...☆ 결국에는 지민이가 회사 옮기면서 좀 가까운 거리가 되겠지.

85) 둘은 사실 거리를 두고 만나는 편이 더 좋았는데 먼저 같이살던게 습관이 되어서 얼마 못가서 그냥 합쳐버리겠지. 서로 일은 바쁜데 집에도착하면 한명이 한명을 기다리는 식이니까 더 좋고. 사실 서로 집안에는 말을 안함. 더이상 왈가왈부하는거 듣기도 잃고 그냥 서로 사랑하는거 그대로 그 감정으로만 만나고싶으니까 형도 주기적으로 반년에 한 번씩 애 만나러 오고 지민이한테 그때 함부로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함. 형도 석진이가 지민이 다시 만나는거 당사자가 얘기하기전에는 절대로 말 안하겠다고 하고. 그리고 얼마전에 문하는 애인이랑 결혼함. 그사람은 문하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알던 사람이었고 오히려 석진이네 형이 오면 애랑 온전하게 함께 지낼수있도록 자리도 피해주고 사람이 엄청 좋았음. 문하도 그걸 아니까 많이 고마워했고 얼마후에 동생도 가지게됨.

86) 그래도 석진이랑 지민이랑 만나는거  해외여행갔다가 목격한 사람들이 몰래 사진찍어서 올리니까 그게 기사화되고 집안사람들이 알게됨. 전화해서 너 해외지사로 보내달라고 그렇게 난리쳤던거 지민이 만나려고 그런거냐고 화내니까 석진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네. 하고 당당하게 나옴. 이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당장 들어오라고 뭐라고 엄청 하다가 그럼 회사 관두고 연락 안한다고 하니까 나중에는 다시 결혼하게되면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일단 인정해주게되겠지. 사실 간섭하지 않았으면 해서 결혼안하고 그냥 결혼생활처럼 평생 살겠다는 생각임. 아예 안들어올작정으로. 지민이가족들은 지민이한테 전화해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냐고 혹시 너무 익숙해서 헷갈리는거 아니냐고 그러는데 지민이는 그런거 아니라고 잘 살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하면서 잘 넘어감.

가끔 둘사이에 공백기가 있어서 바뀐게 보이면 새삼스럽게 되게 부끄러워함. 그래서 석진이가 지민이 엄청 챙겨주면 지민이는 부끄러워서 아 절루가아아 하면서 징징거리고 석진이는 지민이가 가끔 혼자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면 진짜 어른이네. 하면서 다시봤다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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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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