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개년아. 여기서 도망칠 생각 하지를 말았어야지. 후회되고 미치겠지? 그치? 김태형은 살벌하게 웃으며 벌벌 떠는 여자 하나를 노려봤다. 눈하나 깜짝 안 하고 하는 짓을 지켜보다 호석이 마루 바닥에 드러누워 다 쓰러져가는 처마 기둥을 말 없이 바라본다. 이럴 때 저를 잡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저도 같은 처지였다면 동병상련이라도 됐을 텐데 아쉽게도 호석을 안좋게 보던 년이라 호석은 눈길하나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감시가 더 심한 곳으로 끌려가거나 그동안 김태형이 넓은 아량으로 봐도 봇본 척 했던 다른 모든 것 까지 싸잡아서 두드려 맞을지도. 김태형은 원래가 그런 인간이었으니 저년이 재수 없게 잘못걸린거라고 생각했다.

기분좋게 호석과 뒹굴고 나왔는데 재수 옴 붙었다며 여자를 가차없이 구둣발로 짓밟았다. 누가보면 남자둘이 여자하나를 못살게 구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지나가는 여자들은 눈길하나 주지 않고 그대로 저들의 방 문고리를 걸어잠구는 것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신했다. 때리는 소리, 신음소리, 매미소리가 뒤섞이며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을 온다고 벌써 긴팔을 꺼내 입었는데 매미라니. 여름은 다 간줄 알았는데 시기를 잘못 찾은 매미가 저도 살아보겠다고 목청터지게 울고 있다. 시기에 안 맞게 거지같은 날씨 하며 눈 앞에서 매맞는 여자까지. 하나의 풍경처럼 호석의 뇌리에 박히듯 들어왔다. 김태형은 숨하나 차지 않고 분이 다 풀릴 때 까지 흠씬 두들기다 발을 멈췄다. 한 발 뺀 놈치고는 힘이 남아돌았는지 차는 힘 한번 쎄다. 한 번 돌아버리면 앞뒤없는 놈. 호석은 여자의 터진 입 한 번 부은 눈 한 번 바라본다. 얼굴로 벌어먹는 년, 얼굴은 가만히 놔 두지. 있던 손님도 죄다 날아갈 것 같은 꼬라지다. 또 생각하는 거 하곤 창촌년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

"잘...잘못했어요...살...려주세요."
"니가 이자낼 돈도 없다길래 며칠 좀 봐줬더니 날 호구새끼로 봤지."
"..."
"그치 제이?"

여자는 아랫입술을 감싸물었다. 차마 정호석이 아니꼽다는 말은 못하겠고, 김태형이 정호석이랑 붙어먹는 건 못봐주겠으니 자동적으로 여자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이러는걸분명 다른 년들이 봤다면 김태형을 정호석의 기둥서방쯤 알게될텐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맹목적으로 김태형이 먼저 매달린건 맞지만 호석도 그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남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곳에서는 같이 있으면 나쁘지 않을 남자. 나이는 모른다. 그냥 고등학교를 밥먹으러 다니고 할 때부터 어딘가에서 흘러들어온 깡패쯤인건 알겠지만 그가 왜 절망뿐인 곳에서 더 구석진 곳의 제이를 원하고 있는건지. 어쩌면 김태형에게도 희망이라는 게 없는 걸까 싶었다. 김태형은 제이에게는 관심이 지대하다고 해도 자기얘기는 고아라는 것 빼고는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으니 물어볼 이유도 없었다.

창촌을 손바닥안에 들여다놓은 놈들은 근처 기사들까지도 다리를 놓아서 무슨 짓을 해도 돈갚기 전까지는 머리통 굴리는 소리도 못 내게 했다. 멍청한 척 지내야만 생활이 편한 것 처럼 호석도 그들에게 길들여지는 게 심적으로 편안했다. 혼자 정상인척 고고하게 있다가는 누구보다 더 미쳐버릴것 같아서 병적으로 자신의 몸을 채워줄 누군가를 원했다. 그게 날마다 바뀐다는 사실이 지내다보면 어이없기도 했지만 보고자란 게 그것 뿐이니 이제와서 공부하겠다며 설치는 저 년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태형에게 흠씬 두들겨맞은 년은 입버릇처럼 자기는 대학도 다녔다며 반드시 4년 안에 이 곳을 떠난다 했다. 그런데 마음대로 안되는지 이 곳에서 도망치려 했다. 짐 하나 제대로 챙기기는 했는지 빈손이었다. 태형이 방으로 들어가서 여자가 항상 보던 책을 하나 꺼내왔다. 그 억센 손으로 책을 양 쪽으로 북북 찢어발겨놓더니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그와 동시에 마치 자기가 찢긴 것 처럼 여자가 엉엉 울었다. 자신의 마지막 마지노선이라도 된다는 듯 지키고 있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표정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리드미컬한 머리통 위로 태형의 고함소리가 내려앉았다. 좆같은년. 이 앞 서점에서 책하나만 사다달라고 애원할 때 두들켜팼어야 했어. 그의 뺨으로 전에는 미처 전부 흐르지 못한 땀방울이 흐른다. 만약 여자가 잡히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 책임을 전부 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처럼.






8.

"어디 가?"
"누구 좀 만나러."

불안한 눈빛을 한 앞집 년이 호석을 불렀다. 간밤에 어떤 이상한 놈을 들여와 한바탕 논걸 호석이 김태형에게 알리기라도 할까봐 잔뜩 움츠려든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김태형 만나러 안 가. 호석이 한숨을 쉬며 신발을 고쳐 신자 안도를 하며 방으로 쏙 들어간다. 저번에 흠씬 두들겨맞은 년이 집 밖으로 얼굴 한 번 내비치지도 못한걸 지켜봐 왔으니 김태형 무서운 줄은 아는가 보다, 하고 무시했다. 며칠에 한 번 수금할 때 빼고 대부분은 김태형을 제외한 잔챙이들이 오가는 창촌에서 김태형의 존재란 그녀들에게는 많이 큰 것 같았다. 나도 언제 한 번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원한관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호석은 가끔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자신의 존재를 상상하곤 했다. 예를들어 저를 섹스머신 급으로 취급하는 단골 1,2정도.

고작 그런 상상 자체만으로도 일탈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었는데 생각외로 정호인이 죽은 뒤에야 그동안 무시하고 지내왔던 여러가지가 호석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왼 손에 쥔 명함하나, 오른 손에 쥔 명함하나. 왼 손은 자신의 이복동생 김남준, 오른 손은 그녀를 지키는 김석진. 누구를 먼저 만날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는 만나야 겠다며 창촌을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 자신의 목숨값이 1000억이나 하는 지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자신을 그렇게나 혐오하듯 쳐다봤던 김남준이 했던 말이라 거짓말일리가 없지만 딱히 확신도 없었다. 자신의 인간관계중 가장 현실과 가까운 사람인 김태형이라도 데려왔어야 했나.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수중에는 전화가 없으니 창촌 입구에서 낡은 전화부스 하나에 들어섰다. 양 손의 명함. 호석은 왼손에 든 명함을 내려다봤다.

- 김석진 입니다.
"김남준 인 줄 알았는데."
- 무슨 용건이시죠.
"나좀 데리러와줘. 누구든 상관 없으니까."

손바닥 안에 김남준이란 명함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김남준한테 걸었는데 김석진이 받네. 호석이 바람빠지듯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누구인지 말을 안 했다는 걸 전화를 끊은 후에 깨달았지만 굳이 전화를 다시 걸지 않았다. 자존심쯤 되려나. 아쉬운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수화기를 든 손이 오른손이라 왼손의 김남준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라는 괜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등 뒤로 느껴지는 부스의 창에 기대어섰다. 주변에는 죄다 이상한 상가 뿐이라 사람도 잘 지나다니지 않는 길. 외딴 섬 마냥 들어오는 손님 몇 명 반겨주는 곳. 전화부스따위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자리하고 있다. 호석이 누구도 저를 원하지 않는데 자리하고 있는 것 처럼. 누가 와서 원해줄까 몰라 혹시라도.

저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서더니 큰 키의 사내가 내렸다. 분명 김석진일테지, 하고 있으려니 김석진 하나가 아니라 다른 남자도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김석진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그의 덩치가 작아서 하마터면 알아채지 못할 뻔 했다. 호석이 그의 등 뒤에서 함께 다가오는 작은 소년에게로 시선을 던지자 석진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렇지 않게 호석에게로 다가와 섰다. 그 날 그렇게 그녀와의 대면하고 자리를 뜬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한참을 말 없던 그 둘 사이에 석진의 등 뒤에 있던 소년이 끼어들고 나서야 호석은 이내 자신이 석진을 불렀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사모님 아들이야? 하고 묻는 그 목소리는 아직 애 티를 벗어나지 못함을 광고라도 하는지 윙윙 상가 골목을 울렸다. 호석이 설명이라도 바란다는 듯 석진을 바라보자 그는 눈을 내리깔더니 자리를 조금 비켜섰다.

"여기는 사모님의 친아드님이신 정호석도련님이십니다."
"맞구나. 난 사모님 애인 박지민."

호석이 순간 잘못 들은건가 싶어 인상을 썼다. 사모님이 애인도 있었냐는 듯한 표정에 석진이 고개를 숙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표정이었지만 굳이 설명을 듣고싶지는 않았다. 역시 사모님이시니까 애인 하나정도는 기본으로 데리고 있구나, 하고 이해했을 뿐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그 얼굴에 그녀가 겹쳐지진 않지만 호석이 그를 지나쳐 석진의 차로 다가섰다. 정확한 얘기를 들으려면 누구한테로 찾아가야하는지 몰라서 불렀다는 호석의 말에 지민이 호석을 따라 차에 타면서 흥미를 보였다. 난 그대로 김남준이 물려받을 줄 알았는데 역시 친아들이 중요한가봐. 필터링 하나 없이 고급 승용차에 울리는 박지민의 목소리는 호석을 헛웃음짓게 만들었다. 뭐든 숨기려했던 김석진과는 다르게 꽤 돌직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늘 저택에 놀러오길 잘 했어. 친 아들을 볼 줄이야. 지민은 중얼거리고는 이내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 모양새가 꽤나 잘 어울린다는게 웃기지만 호석은 아무 말 없이 정면만 응시했다. 김석진이 저에게 정확하게 모든걸 말해줄 수가 없는 게 분명하니 박지민이라도 잘 구슬려서 토해내게하는게 백번천번 나을 수도 있었다. 겨우 동네를 빠져나와 번화가 쪽으로 나온 차가 코너를 돌자 박지민이 호석을 불렀다.

"티비에서 나 본적 있어?"
"..."
"완전 문명에 뒤떨어져 살았구나."
"스폰서?"
"응. 사모님이 내 스폰서야. 스폰서 하나 잘 잡아서 이러고 돌아다니는거고."

연예인이라는 소리였다. 호석이 지민을 보다 눈을 돌리며 운전하고 있는 석진을 바라봤다. 그래서 그렇게 불편한 듯 안절부절하지 못했구나. 보나마나 저를 보러 김석진을 졸라 여기까지 왔을 테고. 호석은 자신이 얼마나 이쪽 사람들에게 영양가 있는 사람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은 원래 그녀의 것이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그녀의 뻔뻔한 낯짝을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결국 돈이 호석을 움직였다는 것은 저도 같은 사람이라는 걸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꽤 흥미가 있었다. 정적인 모습은 항상 어지러움을 유발했다. 항상 앉아서, 혹은 누워서 다른사람을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운명을 타고난 자신은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어울릴까.

결국 만난 날 몸을 내어준 김석진도, 저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김남준도, 여기 저를 신기하듯 봤던 박지민까지 전부 인연이라고는 눈꼽만큼 없던 사람이었음을 항상 깨닫게 했다.

"어디로 가는거야?"
"본가에 계시는 것 보다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게 더 편하실 것 같아서요."
"...응."




9.



"내가 이래봐도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연예인이라고. 사모님은 항상 잘난척 하지 말라고 하는데 고정프로그램만 3개면 잘나가는거 아닌가?"

호석은 방금 전부터 저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제가 얼마나 유명한지 자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호석은 앞장선 석진의 등 뒤를 쫓으면서 쨍알쨍알대는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신경질이 난다는 듯 발소리가 유달리 커졌다. 결국 바쁜 사람이 왜 자기를 만나러 왔다는 건가, 하고 따져들고싶지만 그럴 여력도 없었다. 그냥 그와 너무 많이 엮이고 싶지가 않았다. 저택과 다름없이 넓기만 한 복도를 걸으며 다시 창촌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스무번째 들었다. 너무 욕심을 부린건가, 싶다가도 뒤만 돌면 자화자찬기계가 하는 자찬을 듣다보면 빨리 목에 걸린 1000억만 어떻게 지나가던 개한테 주던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목에 걸려있는 1000억이 무슨 뜻이야."

석진은 1000억이라는 소리에 호석옆에서 쨍알대는 지민을 한 번 흘깃 쳐다봤다. 박지민은 그것도 모르고 가구를 둘러보면서 이게 더 좋네 저건 나쁘네 평가중이었으니 1000억 이야기쯤은 그냥 넘길 것 같았지만 석진은 그렇지 않은지 한 참을 지민을 쳐다봤다. 지민은 그런 석진의 눈빛을 보더니 양 손을 흔든다. 난 너희들 돈놀음에 관심없어. 난 딴따라라서 내 자리만 지키면 되거든. 그의 말에 호석은 지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 까칠한 김남준 법무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은 1000억이 걸려있는게 아니라 회사의 지분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들인 제게 뭔가를 물려줄 심산인 것 같지만 왜 이제와서 얼굴을 맞대고 지내려고 하는지 이해가되질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도 혐오하는 창촌에 찌들어 야욕이라고는 한 개도 없는 호석에게 그 큰 돈을 맡긴다니 우스워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호인의 약값과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김태형에게까지 손을 벌렸던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수술시기를 놓쳤다는 동생에게 겨우 다리벌린 돈으로 생명을 연장시켜주기만 했는데. 그런 돈은 아무것도 아닌듯한 그 1000억이상의 가치라는 지분이 호석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깟 돈 몇푼에 사람 죽고사는 건 알았지만 그게 현실이 되니 씁쓸한 건 더했다.

뜬구름잡는 소리하는 놈들따위는 호석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를 못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놈들이 더 매력 있긴 했다. 예를들어 김태형이라던가. 굳이 말하자면 박지민이라던가. 하지만 김석진은 알다가도 모를 얼굴로 호석에게 있는 지분을 노리는 사람들에대한 이야기를 했다. 1000억이아니라 앞으로 기업을 흔들 정도가 된다면 권력을 쥐락펴락 할 정도의 크기정도는 될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눈뜨고 코베어가기전에 김남준이 본인에게 넘기라는 소릴 하려고 찾아왔던거군. 호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신다면 남준도련님께 드릴 수야 있지만 사모님이 원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당신들한테는 하나도 도움이 안될텐데?"
"그러니까."
"..."
"그러니까 드리는겁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지 호석이 놀리지 말라는듯 석진에게로 눈을 가늘게 떴다. 놀음이라도 해서 다 날리라는건지, 어디 왕창 기부해버리라는지 그런 가이드하나 없이 그냥 가지라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김석진이 가져가는 게 이득일 정도였으니 옆에서 가만히 듣고있던 지민도 오호, 하는 표정으로 석진과 호석을 번갈아 쳐다봤다.

"내가 누누히 말했지만 난 그쪽으로 안 가. 계속 창촌에서 썩던게 편하다고 했잖아."
"최근에 그곳에 있던 여러명의 여자가 사라졌잖습니까."
"..."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누군가가 도련님을 찾고있다는겁니다."

그 동안 단 한번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호석이 태어나서 걸어다닐 나이가 되자 제 어미가 호석을 옷장에 가둬놨던 때 부터 시작해서 제 어미가 도망간 그 자리 그대로 제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했을 때 까지 여긴 햇빛하나 잘 들어오지않는 기회조차 비켜나간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호석은 그날 그녀들이 어디로가버린건지는 알고싶지 않다. 자신에게 재앙처럼 찾아온 이 일이 호석을 이루고있던 것을 하나하나 어그러트려놓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간섭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자기보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싫다. 아무리생각해도 이런 사람들에게 정이 가질 않는다.

박지민은 호석의 결정에 리액션이라도 준비할 것 처럼 주목하고 있었다. 더 대답하기가 싫어졌다. 먼저 좋던 싫던 그녀에게 가서 따져물어야 할 것이 먼저였다. 그 간의 부재에 대한 원망은 하지 않을테니 적어도 자신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가지 말라고 애원이라도 해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앞뒤 가리지 않는 김태형이 와서도 근본적으로 저를 이 곳에서 아무런 상관없는 타인으로 만들어주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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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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