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도 마음고생 많이해서 술 엄청 취해서 호석이네 집에와서는 형 나 제발 이제 받아주면 안되냐고 막 들이대는데 호석이는 당황해서 지...지민아 취했다. 자고갈래? 이러는데 지민이가 막 호석이한테 칭얼대다가 갑자기 뚝 멈추고 아무말 안하고 호석이 뚫어지게 쳐다보는거. 호석이가 지민아 누워. 이러면서 이부자리정리해주고 있는데 지민이가 대뜸

정호석. 너 그 사람 못잊는 거 다 알아.

...

진...짜 너무한거 아는데. 그냥 그사람한테 가라. 응? 난 괜찮으니까 니가 좋은 사람한테 가라고!

반말하는것도 모르고 그간 참았던 말들 해주는데 사실 말하면서도 자기가 너무 비참해서 눈물이 막 차오름. 호석이가 아무 말 없이 지민아 자자. 이러니까 지민이가 쓰게 웃으면서 이제는 아니란 말 안 하네 하고 쓰러지듯 누워서 골아떨어짐. 그거 지켜보는 호석이는 지민이한테 무의식적으로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면서 제대로 쳐다도 못보고 이불 덮어줌. 그리고 밤새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겠지. 자기를 그렇게 버리고 간 윤기는 자기가 힘들어할 때 한 번 찾아오지도 않고 정말 나쁜사람인데 자꾸 윤기를 용서할 준비를 하는 자기자신이 너무 싫은거. 자꾸 잊으려고해도 윤기 끙끙 앓는거, 다 갈라진 목소리, 힘없는 눈. 전부 기억이 나서 호석이는 지민이한테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굴지않는게 지민이한테도 좋은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지민이한테 그냥 좋은 동생으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미안하다고함. 근데 호석이는 윤기한테 돌아갈 생각 안함. 너무 상처받아서 또 상처받기가 두려운거지.

오랜만에 윤기한테 먼저 연락이 오는데 그 때는 미안했고 자기는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걱정 말라고 하는 문자였음 근데 존나 트루일리가 없음. 윤기는 새학기뭐 뭐며 그냥 휴학해버리고 아르바이트하면서 태형이한테 집세내고 살게됨. 원래 살 안붙던 체질인데 자꾸 기운없어서 밥 안먹으니까 더 말라서 옷도 죄다 커지는데 딱히 신경도 안씀. 전에는 그렇게도 스타일 신경쓰던 사람이 아예 겉모습 신경도 안쓰고 옛날에 호석이처럼 입고다님.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 스타일을 따라하게된거. 윤기는 고기집에서 알바를 하는데 불판이 되게 무거운거였음. 그래도 시급이 쎄니까 바짝벌면 좀 여유가 생겨서 그동안 태형이한테 밀린 집세도 내고 숨돌릴수 있었기 때문에 막 휘청이면서도 꾹 참고 함. 알바는 무슨 남의돈버는 일 한번 안해본 윤기는 자꾸 실수하니까 사장님이 눈치주고 윤기는 죄송하다고 고개숙이고. 그러는데 자꾸 눈물 나오려고하니까 에이 씨. 하고 코 막 문지름.

근데 그 날 호석이네 팀이 회식을 왔자나요. 그냥 차림새보고 윤기라는 생각을 눈꼽만큼 못하고 있던 호석이는 불판을 놓는 알바생 손목에 되게 특이하지만 익숙한 팔찌가 있고 손이 유달리 흰거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서 얼굴을 확인함. 살이 많이 빠진 윤기가 힘겹게 옮긴 반찬들 이런거 세팅해주는 모습 보고 멍해져서 한참을 바라보는데 옆에있던 김석진대리가 호석씨 이번달에 되게잘해줘서 고맙다고 막 그럼. 근데 그 이름 듣자마자 윤기도 놀라서 호석이 얼굴보고... 세팅 다 끝나자마자 윤기가 같이 일하는 알바생한테 진짜 미안한데 저쪽좀 맡아달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함. 그래서 호석이 테이블에 두번다시 올 리가 없는 윤기. 만나도 어떻게 이런식으로 만나는지 정말 죽고싶은 심정이었음. 항상 다른 남자들이랑 놀러다니던 자신과 알바를 두세개 뛰면서도 윤기한테 한번 내색 안하던 호석이. 완전하게 정반대의 상황은 아니지만 호석이가 자기가 떠나갈때 느꼈던 감정이 정말 어느정도였는지 가늠이 안되서 더 미안해짐.

윤기가 그날따라 실수를 더 많이해서 사장님이 민윤기군 다음에 또 그러면 그날까지만 일하라고 으름장을 피우는거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새벽에 가게를 나옴. 이미 호석이네 테이블은 2차를 갔는데 윤기가 몇걸음 못걸어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석이를 봄. 멀리서 봤는데도 모르는 척 하고 그냥 지나가는 윤기를 잡아세우니까 윤기가 화가나서 그냥 가지 왜 병신같이 기다리고 있냐고 화냄. 자꾸 눈물 나와서 꾹 참고 난 너 다 잊었다고 이제 볼 일 없다고 끝까지 나쁜놈인척 그러는데 호석이가 윤기 손 잡더니 왜 못버리고 있냐면서 윤기 손에 있는 팔찌 내려다봄. 윤기가 놀라서 팔찌 확 빼버린다음에 니가 준거 잊고 있었네. 하면서 팔찌 확 던져버리려고 손을 치켜드는데 기념일에 호석이가 알바가늦게끝나서 이거라도 샀다면서 내가 나중에 더 좋은 걸로 사다주겠다고 하면서 씨익 웃던 게 기억이 나서 차마 못던지고 그대로 주저앉아서 엉엉 움. 호석이가 준거 중에서 유일하게 가지고 나온 게 이것 뿐이었으니까.

미안해 호석아. 미안해. 내가 병신인데... 개새낀데 자꾸 못잊어서...미안해... 하면서 서럽게 우는데 호석이가 윤기 일으키고 옷 정리해주면서 왜이렇게 말랐냐고. 나 없으면 어떡할거냐고 껴안아줌. 윤기는 호석이 없으면 죽을 사람처럼 매달려서 엉엉 울다가 그동안 먹은것도 제대로 못챙겨먹어서 졸도하고 호석이가 놀라서 받아들고 병원감.

새벽에 링겔맞고 호석이네 집에 돌아온 윤기는 호석이만 찾다가 잠들고 다시 일어난 건 저녁즈음이었음. 처음보는 애가 일어났네. 형이 호석이형 뻥 찼던 애인이구나? 하고 틱틱 거리면서 식탁에 있던 죽 가져다줌. 그거 다 먹어요. 아주 피골이 상접하셨네. 이럴거면 왜그랬나 몰라. 하고 계속 궁시렁대니까 누구냐고 물어봄. 그러니까 애가 씨익 웃으면서 저 호석이형 애인인데요? 함. 윤기가 놀라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이러면 안되는건데 절대 오해하지 말라고 지금 바로 나가겠다고 그러니까 지민이가 그냥 죽이나 다 먹어요. 하면서 나가려는 윤기 다시 침대에 앉히고 죽 건내주겠지. 그때 마침 퇴근시간이라 호석이 다시 돌아오고 지민이한테 부탁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짐니는 틱틱거리면서 우리 남주니형한테 빨리 가야하니까 나중에 고기로갚으라고 소리치면서 나감. 윤기는 자기때문에 애인이 왜 나가냐면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호석이가 누가 애인이냐고 물음ㅋㅋㅋ

호석이가 자기 코트 뒤적거리다가 뭘 꺼내서 윤기 손 잡더니 대뜸 반지를 끼워줌. 내가 그랬잖아. 나중에 더 좋은걸로 사주기로. 이러니까 윤기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미안하다고 고개숙인채로 울고. 호석이는 양손 엄지로 윤기 눈물 닦아주면서 다시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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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ip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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